"모든 기념할만한 사건은 아침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그렇게까지는 몰라도,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분명 다시 '기념해도' 좋을 일이었다.
얼굴에 부딪혀오는 가을 바람은 차면서도 싱그러웠고 햇살을 머금은 둔치의 억새는 화사했다.
가끔씩 페달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해찰을 부렸다.
뚝섬에서 목적지인 nono스쿨까지는 천천히 달려도 30분이면 충분하다.
nono스쿨은 2년 전 일년 동안 나에게 음식 조리를 포함하여 식문화 전반에 관해 가르쳐 준 곳이다.
졸업생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주변의 혼자 사는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나로서는 모처럼만이었다. 그동안 '손자저하를 모신다'는 이유를 들어 자주 참석하지 못했다(안 했다?). 앞으로는 자주 참석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노노스쿨의 문을 열었다.
기념할 만한 일은 역시 아침 분위기에 일어나는가 보다.
이번에 도시락을 채울 음식은 떡갈비, 해물 잡채, 구운 가지 무침, 무생채 등이었다.
내가 속한 조는 그중에서 구운 가지 무침과 무 생채를 맡았다.
가지와 무를 씻고 자르고 절이고 기름 둘러 굽고 양념을 만들어 무치고······.
도시락에 담아놓으니 꽃처럼 화사하다.
남은 음식을 참석자들이 둘러앉아 떠들썩한 이야기와 함께 나누었다.
사람 이외에 지구 위에 어떤 존재도 음식을 조리해서 먹지 않는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행위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행동이고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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