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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가을은 하늘이 다 해요.

by 장돌뱅이. 2021. 9. 20.


"가을은 하늘이 다 해요."

지인이 보낸 카톡 문자가 그대로 시(詩)다.
문득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만든다.

며칠 전 태풍으로 씻긴 구름이 눈부시게 희고 그 너머 푸른 하늘은 한층 더 높아졌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 「하늘」 -

이 가을에 할 중요한 일 한 가지.
투명한 가을 햇빛 속을 아내와 천천히 걸으며 '가을을 다하는 하늘'을 오래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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