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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빙떡

by 장돌뱅이. 2021. 9. 11.

↑빙떡
↑빙떡속 무채


빙떡은 메밀이 흔한 제주 전통 음식 중의 하나다.
메밀 반죽을 넓게 부치고 그 속에 익힌 무채를 양념하여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만든다.
빙떡 혹은 멍석떡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만드는 방법에서 나온 것 같다.
덤덤한 맛의 메밀 전병에, 양념을 했다지만 역시 무(無) 맛에 가까운 무채를 넣었으니 심심한 맛이다.  
'단짠단짠'이 전 음식에 걸쳐 대세를 이루는 요즘 세태에는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제주도 이웃이나 친족의 관혼상제에 빙떡을 한 소쿠리씩 만들어 부조를 했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제주도민의 속설에 따르면, 옛날 몽고인들이 쳐들어 왔을 때 제주도 원주민들의 기력을
쇠하게 할 목적으로 메밀떡을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메밀은 피를 말리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빙떡을 먹되, 거기에 무 당근 야채를 채로 치고 깨 참기름을 섞은 속을 넣어 먹었다. 
이로써 빙떡은 피를 말리기는커녕  건강음식으로 새롭게 태어나 제주도의 전통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시인 신경림은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제주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삶의 지혜'로서의 그 문화 의식"이라고 했다.


아내는 평양냉면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의 음식을 좋아한다. 
냉장고에 메밀가루와 무 토막이 눈에 띄기에 빙떡을 만들어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아내가 좋아했다.
은근한 맛의 빙떡을 마늘 장아찌 간장에 찍어먹으니 한 끼의 식사로도 충분했다.
제주도에 가면 시장에서 '원조' 빙떡을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

↑메밀김치전병


나로서는 시큼한 김치가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메밀김치전병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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