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트윈픽스에서의 조망
나파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경유지인 트윈픽스 TWIN PEAKS 로 향했다.
트윈픽스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있는 2개의 언덕을 말한다.
높이는 해발 270여 미터라고 하지만 주변이 탁 트여 시내를 조망하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말 그대로 언덕에 오르자 고층빌딩이 밀집한 다운타운과
멀리 샌프란시스코만과 금문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이틀의 시간도 한곳에 모여 있는 듯 했다.
시간이 있어 저녁 무렵에 올라 저녁빛에 물든 황금색 도심과
어둠이 깔리면서 서서히 불빛 들이 살아나는 풍경을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여행이 있겠는가.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손을 흔들고 가볍게 일어섰다.
그리고 한 시간여를 달려 나파에 도착했다.
미국 제일의 포도산지이자 와인 생산지라는 곳이다.
무려 250여 곳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 WINERY 가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와인하면 은근히 기가 죽는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포도에 설탕 넣고 막소주 댓병 몇 개 풀어 넣어두었다가
몇 달 지난 뒤에 꺼낸 먹는 포도주와 뭐가 얼마나 다르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 놈'의 술은 돈 내고 사기도 힘들다.
병에 붙은 레이블만으론 전혀 내용물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짐작은커녕 이름을 발음하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일주일 전에 사먹은 상표를 다시 찾는 데도 애를 먹는다.
게다가 '드라이', '바디', '피니쉬', '밸런스', '아로마' , '부케' 등등.
잔을 뒤집고나면 "캬!"하는 한마디로 맛을 정리 하는 소주에 비해 맛을 나타내는 용어 역시 어렵다.
하기야 우리가 맵고 뜨거운 매운탕을 먹으면서 "으-, 시원-하다!" 하는 표현을
서양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만만찮겠지만 말이다.
주변에 와인에관해 해박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 어떤 걸 사야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 양반의 대답은 참선 수행의 스님에게 내려진 화두보다 어려웠다.
"꼭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싸고도 좋은 와인이 많거든 운운."
한국에 다녀오면서 와인에 관한 책을 한권 사서 아내에게 공부를 맡겼다.
"책임지고 와인의 재야박사가 되주길."
아직까지 공부에 큰 진전은 없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해서 나는 와인에 대해선 두 가지만 안다.
지까짓게 그래봤자 술이라는 것이고, 아직까지 와인으로 폭탄주를 만들어 먹는 인간은 못봤다는 사실.
그래서 조만간에 내가 와인 폭탄주를 시도해볼까 한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 이 말을 한국 후배에게 하자 "아니 술 좋아하는 양반이 아직 드라큐라 주를 모른단 말입니까?"
하고 되묻는 통에 김이 팍 새고 말았다. 미국에 살다보니 한국의 새로운 폭탄주 소식이 어두운 탓이다.
어쨌거나 음식점에서 와인을 시켜먹으면 소주에 비해 왠지 폼이 나는 것 같고
분위기도 격상되는 것 같으니 이것도 일종의 허위의식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위 사진 : 로버트몬다비 ROBERT MONDAVI 와이너리
아내와 내가 나파를 굳이 일정에 넣은 것은 와이너리별 와인맛을
현지에서 '테이스팅'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을 구경하자는데 있다.
구릉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의 장관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 와이너리마다 몇 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제조 과정과 포도밭을 구경하는 유료 투어가 있었다.
우리는 STERLING VINYARD에서 기본 투어에 참가했다.
나파까지 왔으니 와인 몇 병과 와인 관련한 기념품은 사야할 것 같아 담아 넣었다..
*위 사진 : 나파의 포도밭 풍경
규격화된 투어보다는 대로에서 벗어나면 볼 수 있는 광대하게 펼쳐진 포도밭의 풍경이 좋았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나파의 일정이 필수인가 하는 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와이너리 투어와 함께
그냥 포도밭 사이를 잠시 돌아보아도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위 사진 : 숙소 외부
나파에서의 숙박은 시내에 있는 비즐리 하우스 BEAZLY HOUSE에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야영 뒤에 이어진 숙소인지라 한결 잠자리가 부드럽게 느껴졌다.
와인 칸츄리 WINE COUNTRY에 위치한 숙소답게 저녁무렵 투숙객들을 위한 무료 와인파티가 열렸다.
와인 몇 잔에 약간의 술 기운을 느끼며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위 사진 : 숙소 내부
식당은 숙소에서 걸어서도 가능한 시내의 중심부에 있었다.
오고 가는 길 큼지막한 보름달이 떠서 우리를 따라왔다.
가을 하늘에 보름달이 더해지면 향수가 되는가?
아내와 나는 먼 하늘에 눈을 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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