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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프란시스코1 -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by 장돌뱅이. 2012. 5. 30.

해방 이후 모든 분야에 걸쳐 미국의 영향이 지대한 우리나라에서
금문교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거나 금문교의 사진을 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주제로 한 달력이나 이발소 벽에 걸린 낡은 액자틀 속에서,
혹은 잡지 속에서 금문교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의 척박했던 시절에도  대중가요는 '꿈의 나라', 미국을 노래했고
그속에 금문교는 마치 미국의 상징처럼 나온다.

   비너스 동상을 얼싸안고 소근대는 별그림자
  금문교 푸른 물에 찰랑대며 춤춘다
  불러라 쌘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
  나는야 꿈을 꾸는 나는야 꿈을 꾸는 아메리칸 아가씨
                              -백설희의 노래, "샌프란시스코"-

아마 노래를 만든 사람도, 부른 사람도 노래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도,
그때까지 미국이란 나라를 가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푸른 바다 위를 선명한 붉은 빛으로 가로지른 다리를  
상상 속에 떠올리는 것은 그런 사회적인 '교육' 탓에 큰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한다.

막상 가보니  금문교 근처에 비너스동상은 없더라고
요즈음에 와서는 꼬집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거야 뭐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비너스동상 하나 없을 리 없겠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에 상상 속에 그려낸 것을 생각하면
눈 감아 줄 수도 있는 일인 것 같다.

여행안내서를 뒤져보기 전 아내와 내가 알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도 금문교가 전부였다.
아니 금문교가 샌프란시스코였다.

첫 방문지는 당연히 금문교가 되었다. 1937년에 완공된 금문교는
남쪽의 샌프란시스코와 북쪽의 소살리토 SAUSALITO를 연결하며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만(灣) 사이에 줄에 매달린 듯 떠 있었다.


*위 사진 : 현수교인 금문교는 굵은 케이블로 연결 되어 있다. 케이블 하나의 직경은 약 1미터
               가량이고, 길이는 2천3백미터나 된다고 한다. 각 케이블은 무수히 많은 와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다리 남쪽 주차장에 도착하여 바라본 금문교는 처음임에도
사진에서 많이 보아온 탓에 크게 낯이 설지는 않았다.

"아 바로 이 다리구나!"


*위 사진 : 다리는 쉬임없이 페인트 작업이 진행된다.  일년간 페인트 소요량이
                2만 리터나 된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자못 감격스러워 하며 다리 동쪽에 마련된 보도를 따라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사실 걷기에는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옆으로 차량들이 쉴 사이 없이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걸어서 편도 40분의 거리였다. 멀리 BAY BRIDGE와  앨커트래즈 ALCARTRAZ 섬이 보였다.


*위 사진 : 기념품점의 티셔츠. 사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나도 금문교를 걸었다.

하늘 아래 도시가 있고 도시에는 건축물이 있다고 하던가.
가까이 선 본 금문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자체로도 그랬고 바다와 언덕이란 자연과의 어울림에서도 그랬다.
무릇 자연과 건축물은 서로 잘 어울릴 때 그 아름다움을 배가하는 법 아니겠는가.
거기에 미국이라는 '훌륭한' 배경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튿날 나는 나파 NAPA 로 가기 위해 다시 금문교를 건넜다.
그리고 북쪽의 VISTA POINT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침 햇살 속에 금문교는 여전히 선명하게 붉은빛이었다.
출렁이는 바다 너머로  도시는 푸른 실루엣으로 보였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는 바다와 도시 경계선 언저리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언젠가 소설가 죤스타인백이 서 있던 자리였을 것이다. 다만 우리와는 달리
그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건너가려던 참이었고 시간이 저녁무렵이었을 뿐이다.
그 순간을 그는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이란 책에서 이렇게 썼다.

  샌프란시스코는 찬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살리토 옆을 지나서 금문교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나는 만(灣) 건너편의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았다. 오후의 태양은 이 도시를
  백색과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행복한 꿈속에 나타나는 장엄한 도시 모양 이
  도시는 언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 태평양 상공의 푸르름을 배경으로 하고 파도
  처럼 오르내리는 이 백색과 황금색의 아크로폴리스는 진정 황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결코 실재하지 않았을 중세기 이탈리아 도시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바다에서 이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목걸이 모양 걸려 있는 다리를 구경했다. 남쪽에 보이는, 좀 더 높은
  녹색의 산등성이 위로 저녁 안개가 마치 황금의 도시로 잠자러 가는 양떼 모양
  뭉게뭉게 흐르고 있었다. 이보다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를 나는 본 일이 없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아내와 그곳에 내가 서있게 되기를 빌었었다.
오래지 않아 그 바램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고맙다.
아내와 함께 누리는 이런 여행의 시간이,
여행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이, 생활이 나는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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