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영방송이 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이 그 나라에서 받은 의전에 대해 '가장 화려한' 것이었다고 무려 5분 40초라는 시간을 할애하여 상세히 보도를 했다고 한다. 양국 관계가 격상할 것이라는 추가 보도들도 여기저기서 뒤따랐다고 한다. 7- 80년대 내내 익숙했던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의 어쩌면(아니 확실한)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전하는 소식을 보지 않은지 오래다.
그 나라 방문을 앞둔 인터뷰에선 예민한 국제 사안에 '소신(?)' 발언을 하여 해당국가 외교부 대변인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단다. 거시적인 세계 평화에 대해 '통 큰' 관심이 많다 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미시적인' 집안 걱정만도 흘러 넘치는 나인지라······.
비닐우산, 받고는 다녀도 바람이 불면 이내 뒤집힌다. 대통령도 베트남의 대통령.
비닐우산, 싸기도 하지만 잊기도 잘하고 버리기도 잘한다. 대통령도 콩고의 대통령.
비닐우산, 잘도 째지지만 어깨가 젖는다. 믿을 수가 없다. 대통령도 브라질의 대통령.
비닐우산, 흔하기도 하지만 날마다 갈아도 또 생긴다. 대통령도 시리아의 대통령.
비닐우산, 아깝지도 않지만 잠깐 빌려 쓰곤 아무나 줘버린다. 대통령도 알젠틴 대통령.
- 신동문, 「비닐우산」(1964년 작) -
쉽게 뒤집히고, 싸구려라 쉽게 잃어버리거나 버리는, 잘 찢어지고 어깨도 젖게 하는, 아깝지도 않아서 잠시 빌려쓰곤 아무나 줘 버리는 비닐우산 같은 다른 나라의 옛 대통령들. 시인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우리 대통령은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 끝에 창밖을 보니 날이 흐리고 비가 온다. 겨울이 서둘러 오는 것 같다.
*시인 신동문은 1960년 대 초 신문사에 근무할 때 기사가 문제되어 정보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이후로는 결연히 절필을 하여 어떤 글도 남기지 않았다. 대신에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살면서 침술을 배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민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며 살았다고 한다. 그가 남긴 유언은 쓸모가 있는 장기가 있으면 모두 기증하라는 것과 화장을 하여 자신이 살던 농장에 뿌려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시집을 내는 것도 원치 않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