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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대설

by 장돌뱅이. 2023. 12. 8.

밖에는
눈 퍼붓는데
눈 퍼붓는데

주막집 난로엔
생목이 타는 것이다
난로 뚜껑 위엔
술국이 끓는 것이다

밖에는
눈 퍼붓는데
눈 퍼붓는데

괜히 서럽고
괜히 그리워
뜨건 소주 한 잔
날래 꺾는 것이다
또 한 잔 꺾는 것이다

세상잡사 하루쯤
저만큼 밀어두고

나는 시방
눈 맞고 싶은 것이다
너 보고 싶은 것이다

- 고재종, 「대설」 -

대설은 소설과 동지 사이에 있는 스물한 번째 절기다.
눈이 많이 와서 대설이라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 날도 많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농사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하늘이 맑다.
날씨도 푸근해서 눈이 왔더라도 또 비가 되어 내렸을 것이다. 

기대할 풍년의 보리농사나 하루쯤 밀어둘 세상잡사가 있을 리 없는,
손자를 빼곤 눈 맞으며 특별히 보고 싶은 사람도 생각나지 않는,
괜히 서럽거나 괜히 그리워할 일 없고 소주 한잔꺾을 생각 없는 ,
바람도 없어 걷기에 최적인 대설.
어둠이 덮히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의 강변을 아내와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를 보고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두부조림을 만들어보았다.
아내가 맛있다고 해서 저녁식사 자리가 즐거웠다.
마침 손자가 영상 전화를 걸어주어서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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