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영화 <<오픈더도어>>와 <<잠>>

by 장돌뱅이. 2023. 12. 9.

1. <<오픈 더 도어>>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의 한인 사회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술을 나누며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던 매형과 처남은 끔찍한 비극을 화제에 올린다.
오랜 침묵 속에 감추어져 왔던 비밀의 내막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처럼  시간의 뒷문을 열고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나 돌아갈래"를 외치며 도착한 플래시백의 종착점이 순수한 풀꽃이었듯이, 
<<오픈 더 도어>>가 도달한 끝에는, 아니 시작에는 이기심과  탐욕과 잔인한 총성을 넘어 가족의 살가움, 첫사랑의 수줍음, 따사로운 햇빛, 하얀 구름, 파란 하늘, 흥겨운 노래가 있었다.
마치 그것이
우리가 새로운 문을 열 때마다  하나하나 잃어버린 생의 시원(始原)이라는 듯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아 낙담한 사람에게  이 말은 힘을 내라는 지혜의 잠언으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얽혀버린 생의 해법은
새로운 문이 아니라 지나온 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막다른 골목은 이전의 어떤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한 많은 문들을 통하여 다다른 곳이므로.
미래는 과거에서 온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2. <<잠>>

“누가 들어왔어.”
어느 날 현수는 잠을 자다 중얼거린다. 진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아내 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 '누구'의 정체가 슬리퍼가 낀 베란다 문이 내는 소리라는 걸 확인하고 남편의 잠꼬대를 웃어넘긴다.

그러나 집에 들어온(?) 그 '누가'는 현수에게 흔히'몽유병'이라 부르는 '수면 중 이상행동'을 일으킨다. 증세는 나날이 심해진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수진은 점점  공포를 느낀다.
심리적, 생리적 이유일 뿐이라고 의사는 과학적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지만 수진의 공포는 가라앉지 않는다.

남편의 증세를 치유하고 가족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던 수진은  시나브로 정체가 모호한 그  '누구'에게 압도당한다.‘둘이 함께 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 던 부부의 끈끈한 자신감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현수는 아내가 확신하는 '누구'의 존재와 아내의 기이한 변모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화창한 하늘에 갑자기 번지는 먹구름이나 비바람처럼 느닷없이 생의 문을  노크도 없이 열어젖히는' 누구'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그런 운명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끝끝내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개를 끄덕이는 인정? 힘주어 안아주기? 진심을 담은 위로? 측은지심의 사랑?······
어린 시절 지루한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지극히 상투적인 것들 뿐이다.
둘이 함께라도 극복 못할 '누구'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삶이 혼곤해지기도 한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곱단님 생일 축하합니다  (0) 2023.12.12
<<서울의 봄>>  (0) 2023.12.10
대설  (0) 2023.12.08
겨울비  (0) 2023.12.07
어디서 술 생각이 간절한가  (0) 2023.12.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