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엔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끼리 만난다
그래서 눈 오는 날엔
사람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딴 데 있는 경우가 많다.
- 이정하, 「눈 오는 날」 중에서 -
눈 오는 날에도 '사람과 사람'이 '마음과 마음'과 함께 만날 때가 있다.
지난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함께 성당에 가고 골프를 치고 월남 국수를 먹기도 하며 지냈던 사람들.
카톡방에서 일상을 나누다 연말을 핑계로 만나게 되었다.
송년회는 어쩌면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세밑을 보내라는 한 해의 명령이자 선물인 것도 같다.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광교에서 와야 했기에 어림잡아 중간 지점인 뚝섬에서 만나 광나루 쪽으로 한 시간 반을 걸었다. 추위가 예보되었지만 다행히 바람이 등뒤에서 불어서 생각보단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목적지는 단골 식당. 김치찌개와 두루치기에 낮술을 더했다. 그리고 커피내기 당구를 쳤다.
샌디에이고에서 만났을 때와 비슷한 걸 한 것이다. 아니 비슷한 걸 하기 위해 만났다.
긴장이나 격정의 감정이 필요 없게 해묵어 느슨하게 풀어진 시시한 시간이 나는 좋다.
그래야 오래간다. 사는 일엔 오래된 관성도 필요하다는 걸 나이 먹으며 깨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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