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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저 어린것들은 어찌할꼬?

by 장돌뱅이. 2024. 1. 6.

살바도르 달리, 「삶은 콩으로 만든 부드러운 구조물(내란의 예감)」1936

20세기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위 그림에는 기괴한 고통과 혼란이 가득하다.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발로는 다른 누군가를 짓밟고, 여인의 가슴을 함부로 움켜쥔 흉측한 손과 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함부로 흩어진 콩들 위에서 제멋대로 얽혀서 요동치고 있다.
당시 살바도르 달리의 조국 스페인은 선거를 통해 들어선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군부, 카톨릭, 왕당파, 지주, 자본가들을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직전에 있었다. 나치와 파시즘의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들을 지원했다. 세상은 2차세계대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림은 비틀린 시대의 불안감을 담고 있는 듯하다.

어제 서해 연평도, 백령도 근처 바다에서 남북은 서로 대포 사격을 주고받았다.
손자저하들의 고열로 정신이 없던 하루라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포탄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지는 않았지만 근처 섬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남북한 사이의 일체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주고받는 '전쟁놀이'가 심상찮아 보인다.
이미 아는 폐허와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으라는 것인지'.

김원, 「1.4 후퇴」 1956

무능하고 부패한 지금의 정권과 그 정권이 내년 총선을 돌파하려는 전략과 전술, 미국 대선, 불안한 일본 총리의 입지에 중국과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가 빚어내는 대내외적 정치역학을 내다볼만한 소양과 예지력을 나는 갖고 있지는 못하다. 달리의 시대와 지금 우리의 시대는 무엇이 같고 어떻게 다른지 읽어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자저하의 그림

하지만 그게 무엇이건 결국 평화여야 하다는 결론만은 알고 있다.
뭐 대단한 세계 평화나 민족사적 견지에서 마땅한 당위 따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손자저하들을 가끔씩 감기에 걸리는 일 빼고는 걱정할 일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을 뿐이다.

<딸라> 값은 해마다 곱절씩 오르고
원 貨 값도 해마다 곱절씩 내리고
우리 월급 값도 해마다 반값으로 깎이어
너절하게 아니꼽게 허기지게만 사는 것도 괜찮다.

사랑
언약
交通
그런 것들의 효과마저도 해마다 반값으로 줄이어
내가 너와 거래하는 일마저도 모두 오다가다 중간쯤에서 그만두어 버리는 것도
또한 괜찮다.

중간도 어렵거든
사분지일쯤에서
팔분지일쯤에서
작파해버리는 것도 또한 괜찮다.

어차피 맴돌다 날아오르는 회오리바람.
가벼이 땅 디디어 몸부림치다 날아오르는 회오리바람.
회오리바람의 걸음이라면
일어선 자리가 바로 저승인들 어떤가?

그렇지만
어찌할꼬?
어찌할꼬?
너와 내가 까 놓은
저 어린것들은 어찌할꼬?

아직 서지도 걷지도 모국어도 바로 모르는
저  깡그리 까 놓은
저 애숭이것들은 어찌할꼬? 

스무 살부터 일흔여든까지의
우리 성인의 한 代쯤이야 공거라도 무엇이라도 괜찮다. 
그렇지만
너하고 내가 깐 저 어린 것들
우리보다도 더 공것이 되면 어찌 할꼬?

*1965년 1월 1일

- 서정주,「신년유감(新年有感)」-

어린 자식이나 손주들을 부르는 '내 강아지'가 강아지가 아니듯 '까놓은'은 사전 속의 비속어가 아니라 애틋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절규다. 
내가 '까놓은', 내 '강아지'들이 살아갈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지 마라. 

이 개xx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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