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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멕시코 및 중남미

깐꾼 CANCUN 에서 놀다5 - ALL INCLUSIVE

by 장돌뱅이. 2012. 6. 4.

 

아내와 아침 해변을 걸었다.
어제보다 바람이 드세고 물결이 높았다. 바다는 탁한 빛을 띄고 있었다.
앞선 글에서 말했지만 깐꾼의 해변은 달리기는 물론 걷기에도 그리 좋지 못하다.
바다와 호텔의 콘크리트 벽 사이에 가까스로 골목길처럼 남아 있는 형국이다.
거기에 여기저기에 방치된 콘크리트 잔해물들이 차분한 아침 산책을 불가능하게 했다.

'원래 깐군의 해변이 이랬던 것일까?'
'이 정도의 해변을 가지고 그토록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의문과 불만의 심정으로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깐꾼에서 자랐다는 그의 대답은 몇년 전 거대한 허리케인이 이곳에 들이닥쳐
시설을 파괴하고 해변의 모래를 바다로 쓸어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바다 위에 뜬 배를 가리켰다.
그 배는 바다 밑의 모래를 긁어모으는 준설선으로
조만간 채취한 모래로 깐군의  해변을 다시 덮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대답에 고마움을 표하며 돌아섰지만 내겐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해변 황페화의 원인이 오로지 그 허리케인에만 있는 것일까?  
바다 밑 모래를 채취하면 그것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까?
인위적으로 해변에 모래를 더해도 예전의 아름다움이 회복이 될 수 있을까? 등등.

나의 의문은 전문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몇몇  해변에서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국제 행사를 위해 해안도로를 내고 해변에 콘크리트 벽을 세웠던 우리나라 안면도의
일부 해안의 모래가 쓸려나갔고,  관광개발을 위해 해안을 파헤쳤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짠디다사 CANDI DASA  해변이 또한 그랬다고 들었다.

   해변과 바다는 다로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여 공생하는 사이로
   해변과 주변의 모래언덕은 바다에 의해 보호되고 생성되는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군사분계선 같은 무지막지한 콘크리트 벽이 해변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막으면
   해변의 모래와 모래언덕은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아무리 튼튼하게 인위적인 제방을
   쌓아도 오래지 않아 부서져 내린다.
   발리의 동쪽 작은 마을 짠디다사에서도 나는 동일한 모습을 목격했다. 한적하던 어촌이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호텔을 짓느라 부산해지면서 바닷가의 바위와 산호초 등이
   파헤쳐졌다. 그 결과 점차 해변 자체가 바다에 씻겨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호초의 채취를
   중단하였지만 황폐화는 계속 되었고 남은 것은 콘크리트벽과 그 콘크리트 벽의 파손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벽을 쌓아야하는 악순환일 뿐이었다.
   (...)짠디다사는 이제 어촌도 아니고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얻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다.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앞바다에서의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상품으로 호객행위를
   하지만 수지 맞는 장사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발리를 찾는 것은 콘크리트벽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자연은 보존이 혁명인 것이다.
                                                                             - 나의 발리 여행기 중에서 -

혹 깐꾼의 해변도 동일한 상황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70년대 이전 깐꾼은 사는 사람들도 얼마 없는 한적하고 작은 섬이었다.
해변은 부서진 산호로 이루어진 흰 모래로 덮여 있었고, 바다 밑에는 온갖 열대어와
산호초들이 서식하는 화려하고 거대한 산호 산맥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1975년 멕시코 대통령은 이곳을 미국의 플로리다에 버금가는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개발을 시작했다. 섬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었고 해변을 따라 고급호텔들이
만리장성처럼 들어서게 되었다.

개발이 없었다면 아내와 나의 깐군에서의 오붓한 휴가도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내와 나 역시 그 개발의 혜택을 받고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의 여행이 그런 황페화에 일조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깐꾼 해변의 변모를 걱정하는 투의 발언은 솔직히 모순 되거나 가식적인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깐꾼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어딘가 캥겨오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잠시 '공정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변명을 붙여둔다..

해변 어느 호텔의 입구의 안내판에 써있던 다음과 같은 글귀는 사람만이 아니라
꼭 해변에 대고 하는 말인 것 같아 '뻔뻔하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THE BEACH IS FEDERAL PROPERTY. THE HOTEL IS NOT RELIABLE FOR
   ANY ACCIDENT THAT MAY OCCUR IN THE BEACH AREA.

책임은 지나간 허리케인에 있더라도 '개발과 보존', 혹은 '개발 이후'의 고민은
남아 있는 사람과 방문객과 연방정부와 호텔이 해야 할 일이다.

 

 

 

 

점심 무렵 숙소를 메리엇 근처의 옴니OMNI 리조트로 옮겼다.
옴니리조트는 ALL INCLUSIVE 로 예약을 했다.
"올인클루시브"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제도였다.
일테면 호텔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비용이 모두 포함된 조건을 말한다.
HOTWIRE라는 사이트에서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이다보니 매리엇에서처럼 전망 좋은 방에 들 수는 없었다.
바다 반대쪽의 호수를 바라보는 방이었다.
호수도 바다만큼 넓은 터라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오션뷰에서는 볼 수 없는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어 봏았다.
방에서 약간 습한 냄새가 나는 것이 문제라면  더 문제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 잘 때 이외에는 수영장에서 뒹글 것이므로 문제될 것 없었다.
"당신한테 문제가 되는 건 뭔데?"
짐을 풀자 마자 신이 나서 수영장으로 나오는 길에 아내가 물었다.
"글쎄..."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곱단이가 화가 나서 내 전화를 안받는 것!"

 

 

 

이곳에서의 이틀은 매일 수영장 계획 뿐이다.
원래부터 모든 여행의 마지막 날은 휴식으로 잡는 편인데
이곳은 '올인클루시브' 이므로 본전을 뽑아야 했다^^.

수영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풀바에서 시켜 먹는 마가리따와 맥주가
마치 공짜로 먹는 듯한 기분에 신기했다.

 

 

다시 또 해가 저물었다.
샤워를 하고 베란다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내려왔다.
메뉴를 꺼내들고 아내에게 호기롭게 말했다.
"가격 신경쓰지 말고 아무거나 다 먹어!"

처음 경험해본 인클루시브는 나로 하여금
태어나 처음 부페를 먹던 날처럼
'위대(胃大)하게'  만들어주지 않은 하느님을 조금 원망하게 했다.

 

 

 

식사를 마치자 수영장 옆에 설치된 무대에서 멕시코 전통 춤 공연이 있었다.
그 옆으로 기념품 간이 판매장이 들어섰다.
아마 손님을 모으는 이벤트 같았다.
그럼에도 열정적인 댄서들의 춤이 볼만했다.
바람이 상쾌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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