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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두 편의 영화 속 '시간 권력'

by 장돌뱅이. 2024. 6. 7.

<<인 타임(IN TIME)>>

 <<인타임>>2011년에 개봉된 '디스토피아' 영화다. 지금도 OTT에서 볼 수 있다. 
 2169년 모든 사람은 25세에 노화를 멈추고 젊은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된다.
하지만 더 이상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팔뚝에 심어놓은 시계의 시간 잔고가 '0'이 되는 순간 사망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부족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  빨리 먹고 빨리 걷고 빨리 먹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의 댓가는 시간으로 지불되며 시간은 현금처럼 소비에도 사용된다.  커피 한 잔 값은 4분이고 버스요금은 2시간, 고급식당의 식사는 1개월,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는 59년인 식이다. 
시간은 선물할 수 있고 남의 시간을 훔칠 수도 있다.
시간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지만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한다.
소수의 상위 계층은 시간은행을 유지하여 죽음에 대한 걱정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린다.
그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 획득이 어렵도록 시간물가를 자주 올리고 통제하고 관리한다.

며칠 전 한 재벌 회장의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금액이 약 1조 4천억 원이라는 판결이 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연봉 1억 원을 받는 사람은
약 7%뿐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무려 1만 4천 년을 벌여야 하는 돈이다.
그와  우리는 같은 물리적 시간을 사는 것일까?

보통 사람은 작은 아파트 하나 장만하는데 평생이라는 시간을 바쳐야 한다. 
또한
2021년 기준 OECD 36개 국 중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4번째로 길다.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뿐이다.
<<인 타임>>은 그런 현실에 대한 물음이자 풍자이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영화는 점차 단순 활극으로 전개 되어 전체적 완성도에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시간은 돈'이라는 자본주의적 격언을 실감나게 깨우쳐준다.
시간은 돈이고 권력의 수단이고 권력 그 자체다.

<<더 에이트 쇼>>

넷플릭스의 8부작 드라마 <<더 에이트 쇼>>는 한마디로 <<인 타임>>의 확장 버전이고 <<오징어게임의>> 이종(異種)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설국열차>>를 더한 느낌도 난다.

등장인물 8명은 뽑기로  1층에서 8층에 나뉘어 들어가게 된다. 
각 층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하여 계속 상금이 쌓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각 층마다 주어지는 시간은 다르다.
시간당 상금이 다르고
환경과 조건도 다르다.
뽑기라는 선택은 우리가 태어나는 것처럼 평등한 우연이었지만 선택의 결과는 평등하지 않은 것이다.

아랫층과 위층의 누적상금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면서 같은 건물에 산다는 공동체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점차 갈등이 생겨난다.
일부의 사람들은 결탁을 하여
권력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나머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갈등은 증폭된다. 그들은  공동으로 일군 시간을 임의로 사용한다. 마침내 억눌린 사람들이 층을 바꾸어 계층 상승을 꾀해보지만 이론적 가능성일 뿐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반이 넘는 54%가 자식 세대에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우리 사회에 특별한 계급은 없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이미 특별하게 권위적인 계급과 계급이 쌓아올린 장벽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각자도생'이란 생존 논리는 기망이나 허망에 가까워 보인다.
<<더 에이트 쇼>>에서 그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읽게 된다.

도시의 모든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곳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낡은 봉투와
녹슨 깡통과
해진 신발과
찌그러진 종이 상자를 줍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봉투에서 파리들이 기어 나와
아이들의 머리 위에 앉아도
아이들은 계속 폐품을 주워 담았습니다.
아무리 많이 주워 담아도
그들이 모은 것은 가난이었습니다.

- 글로리아 게바라,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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