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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롤랑가로스와 NBA

by 장돌뱅이. 2024. 6. 10.

롤랑가로스 2024 결승전 (TV중계 촬영)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의 하나인 롤랑가로스(파리 오픈) 2024의 남자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 랭킹 3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 간의 대결이다.
알카라스는 21살이고 즈베레프는 27살로 둘 다 한창인 20대다. 
(우리나라 권순우 선수는 2차전에서 탈락했다.)


감정이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나 두 팀 간의 경기를 볼 때 아내와 나는 응원하거나 응원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다. 대개의 경우 그 이유는 '사소한'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번 결승전에선 함께 알카라스를 응원한다.
평소에 으뜸으로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즈베레프는 언론에 보도된 약간의 여성 관련한 문제로 '버금'으로 좋아하는 서열이 된 것이다.

이런 순위 매김은 이번 경기에 한해서다.
즈베레프가 그리스 테니스 선수 치치파스와 붙는다면 당연히 즈베레프를 응원할 것이다.
치치파스는 축구 월드컵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한 '친일' 전력이 있어 '디스'를 한다. 물론 그가 메드베데프와 경기를 한다면 그런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할 것이다. 

공식적으로야 테니스장 밖의 일을 경기에 가져와서는 안 되겠지만 아내와 나야 뭐 공식 비공식을 따질 필요가 없는 방구석 시청자이므로 우리 마음대로 응원과 비응원의 편파적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논리적이거나 객관적일 필요도, 일관성이 있을 필요도 없다.

2019년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윔블던 결승전에서 붙었을 때 둘 다 좋아하는 선수였지만 조코비치를 응원했다. 페더러가 일본 상표인 유니클로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 글: 2019.07.15 - 조코비치를 응원했다

 

조코비치를 응원했다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와 2위 로저 페더러가 맞붙은 2019 윔블던 결승.조코비치가 세트 스코어 3대2로 이기고 우승을 했다.조코비치가 이긴 3세트는 모두 타이브레이크에서 따낸 것

jangdolbange.tistory.com

조코비치는 이번 롤랑가로스 대회 8강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기권을 했다.
32강전과 16강전에서 연이어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무리가 왔던 모양이다. 특히 3회전에서는 현지 시간 새벽 3시 넘어 경기가 끝나 가장 늦은 시간에 승리하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이번 대회 결승에서 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붙어 알카라스가 우승하기를 바랐다.
조코비치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가 메이저대회 23차례 우승을 한 전설인지라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부동의 여자 세계 랭킹 1위인 폴란드의 시비옹테크도 좋아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른 선수가 우승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비옹테크는 또다시 우승을 했다.
23살의 나이에 롤랑가로스에서 세 번이나 연속으로 우승을 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알카라스와 즈베레프의 경기는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 게임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여 글 쓰는 걸 멈추다 쓰다를 반복하게 된다.

열성 테니스 팬인 아내는 끝까지 경기를 보겠지만 나는 더 이상 졸음을 견디기 힘들다.
아무래도 '알카라스 파이팅!'을 빌며 잠자리로 가야 할 것 같다.

아내는 나와 멕시코 음식 따꼬와 순댓국(돼지국밥)에서만  취향이 갈릴뿐 나머지에서는 대체적으로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같다. 특히 테니스에 관해서는 나보다 아내가 선수들에 대해 아는 게 더 많다. 랭킹이라던가 국적, 나이, 전적 등에 대해서 줄줄이 꿰고 있다.

MLB 티켓

야구도 좋아해서 연애 때는 고교 야구, 미국에서 살 적에는 함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러 다녔다. 
학연, 지연, 혈연이 있을 리 없는 팀을 응원하거나 '디스'했다.

NBA 농구도 자주 보았다.
NBA는 높이와 스피드, 거친 몸싸움과 탄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LA레이커즈 코비 브라이언트의 화려한 개인기에 같이 열광했다.
코비가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땐 함께 애석해했고, 지금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는 늙은(?) 르브론 제임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NBA티켓

귀국을 해서는 아무래도 'Out of sight, Out of mind'가 인지상정인지라 관심이 좀 멀어졌지만 그래도 챔피언전(NBA FINAL)만큼은 챙겨본다.
올해는 보스턴 셀틱스와 댈러스 매버릭스가 우승을 다투고 있다.
오늘 현재 7전4선승제에서 보스턴이 1:0으로 앞서가고 있다.
아내와 나는 보스턴을 응원한다. 별 이유는 없다. 단지 보스턴은 여행을 다녀온 도시이기 때문이다. 

걷거나 천천히 달리는 것 이외의 모든 운동은 이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엔 즐거운 일들이 많지만 스포츠가 주는 짜릿함은 매력적이다.
부부가 같은 관심사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 추가 :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번 롤랑가로스의 챔피언은 알카라스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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