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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영화 <<두 개의 문>>과 <<미드나잇인파리>>

by 장돌뱅이. 2012. 8. 16.

지난 초여름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첫 번째 영화 <<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한 기록영화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비극에 대한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겠다. 대신 (이 영화와는 직접적인 상관 없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로 현실과 영화를 보는 시각을 조정해 본다.

임꺽정은 비범한 무예와 담력을 지닌 ‘강자’의 초상으로 우리들에게 남아 있다. (···) 그러나 그는 실상 약자(弱者)이다. 기름진 들판에 살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백정의 자식이었을 뿐이다. (···) 물론 임꺽정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강자’의 면모로 읽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이미지를 입히는 주류이데올로기도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최소한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응 방식에 관해서도 무심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결코 약하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는 (···) 위악(僞惡)을 연출한다. 생각하면, 사회적 약자는 위악을 주 무기로 하고, 반면에 사회적 강자는 위선(僞善)을 무기로 한다. 극적 대조를 보인다. 시위 현장의 소란과 법정(法庭)의 정숙이 그것이기도 하다.

-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 중에서 -

두 번째 영화 우디 앨런 WOODY ALLEN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는 갑자기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게 되었다.

작가 지망생인 한 남자가 매우 현실적이고 도식적인 삶을 사는 그의 약혼녀와 동행한 파리 여행에서 참다운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동화 같은 영화였다.
남자가 동경하던 이상의 시간인 1920년대의 파리가 환상처럼 그의 앞에 나타나지만 정작 그 시기를 사는, 그가 사랑하기까지 한 여인은 그 시기를 견디기 힘들어 하며 또 다른 시간인 1800년대의 파리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스스로 찾고 구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현재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일 뿐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은 그는 현실로 돌아와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시작한다.

여행이 이와 같을까?
여행의 시간은 감미롭지만 결국 돌아와야 할 곳은 현실이고 돌아와야만 그 의미가 도드라지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기억을 현실에 투영하여 자신의 삶을 다듬어 나갈 때만 비로소 여행은 완성으로, 우리는 행복으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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