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에 쓴 글 입니다.
봄의 번성을 위해 싹틔운 너는
나에게 개화하는 일을 물려주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세상 떠도는 마음들이
한 마리 나비되어 앉을 곳 찾는데
인적만 남은 텅빈 한길에서 내가
왜 부르르 부르르 낙화하여 몸떨었는가
남도에서 꽃샘바람에 흔들리던 잎새에
보이지 않는 신음소리가 날 때마다
피같이 새붉은 꽃송이가 벙글어
우리는 인간의 크고 곧은 목소리를 들었다
갖가지 꽃들과 함께 꽃가루 나눠 살려고
향기 내어 나비떼 부르기도 했지만
너와 나는 씨앗을 맺지 못했다
이 봄을 아는 사람은 이 암유도 안다
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
우리는 못 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 하종오의 시, "사월에서 오월로"-
봄의 계곡에서 만난
꽃봉오리같은 개구리알과
올망졸망 콩알만한 올챙이들.
생각할수록
장하다!
모진 겨울을 이기고
또 이렇게 살아남아
오월의 맑은 물속에
흔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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