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뭘 먹지?'
여행을 생각하면 나는 가장 먼저 음식을 떠올린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여행지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사 먹으며 여행 분위기를 잡아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밀키트로 팟타이를 만들어(?) 먹었다. (밀키트에 '만든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이전 여행에서 사온 태국 음식 소스도 아직 남아 있으니 여행 갈 때까지 팟타이와 꿍팟퐁커리를 몇 번 더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건대입구역 근처에 베트남 카페인 꽁까페가 들어와 있다.
베트남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가보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카페다.
꽁까페는 2007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커피전문점이다. 'Cộng'은 비엣꽁(베트콩) 할 때의 '꽁'으로 베트남어로 '더하다'는 뜻이 있어 '플러스카페'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에 들어와 2024년 현재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지점이 생겨있다.
건대점은 베트남의 6-70년대 교실을 컨셉으로 꾸몄다고 한다.
단맛을 좋아하는 나는 이곳의 연유 커피와 코코넛스무디커피를 좋아한다.
아내는 두 가지 다 너무 달다며고개를 젓는다. 베트남 커피에는 연유나 코코넛 외에 계란, 요구르트, 치즈, 버터까지 들어가는 것도 있다. 내게 '연유 커피(까페 쓰어다)'는 미국에 주재할 때 베트남 국수 내기 골프를 치고 식사 후 늘 마시던 것이어서 추억의 음료이기도 하다.
같이 자주 어울리던 사람 중 한 사람은 지금 폴란드에 가서 있고 다른 사람은 미국에 남아 있다.
나는 돌아왔지만 떠도는 걸 좋아한다. 모두 역마살이 낀 인생들이다.
꽁카페에서 여행 공부를 위해 펼친 (아래 사진 속) 베트남 여행 안내서에 이런 글이 있었다.
여행은 공부가 아니다. 패턴도 아니다. 여행으로 삶을 바꾸어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이 삶을 쉽게 바꾸어놓지 않는다. 여행을 많이 하면 새로운 가치를 알수 있을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여행을 하는가이다. 가이드북을 보고 관광지를 보는 것으로 단순하게 내 삶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에 찌들면서 놀고 싶은 엄청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행이 놀이가 아닌 누가 만들어 놓은 관광으로 다닌다면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여행은 바쁘고 부품처럼 살아갈 때 나를 찾기 위해 여유를 찾기 위해 시작한다. 이때 여행에서 논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나에게 더 나은 인생이 될까?라는 질문을 여행에서 나에게 던진다. 그래서 여행은 인문학과 맞닿아 있다. (···)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찾는 것에 있다. 가치관이 달라진 사람은 삶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놀러가는 목적 외에 여행에 어떤 논리적인 의미를 달아보려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여행에 붙여지는 다양한 사색의 말들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연습장에서 스윙을 했더니 지켜보던 골프선배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목적은 공을 잘 때리기 위한 한 가지인데 설명이 다 제각각이었다. 헷갈리기만 했다.
골프채 한 번 휘둘러 공을 잘 맞거나 안 맞는 이유가 만 가지가 된다더니 사실이었다.
여행에 대해서도 만 가지의 말과 해석이 다 어울린다.
생각해보면 골프나 여행 뿐만이 아니라 축구도, 등산도, 음식도, 나아가 세상살이도 다 그렇다.
사람들은 제 각각 만 가지쯤의 이유와 방법으로 걷고, 마시고, 일하고, 놀고, 여행을 하고, 사랑을 한다.
내게 여행은 아내와 어느 곳에 있어 보는 것이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지 않는, 흔히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다.
우리는 어찌어찌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태어난 게아니라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그 자리에 잠시 다녀가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 좋은 사람 데려가기를
이번 생에서는 그리 애쓰지 말기를
다만 다음 생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
꼭꼭 눌러 그 자리를 새기고 돌아가기를
- 이병률, 「여행」중에서 -
꽁까페에서 나와 어린이대공원을 걸었다.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었다.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다.
여행을 떠나야 할 때라고 누군가가 보내는 길조의 암시라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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