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이비엔 (BUI VIEN) 거리
부이비엔 거리 일대는 흔히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린다.
음식점과 거리 맥주점, 그리고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숙소인 PULLMAN에서 걸어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저녁을 먹고 한 번 걸어 보았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원래도 그런 것인지 부이비엔거리는 초저녁인데도 거대한 인파로 왁자했다.
가게마다 틀어놓은 음악은 진동을 느낄 정도로 몸에 와 닿았고, 사람들은 거리를 향해 놓인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거리 전체가 하나의 나이트클럽 같았다. 태국 방콕의 까오산과도 비슷해 보였다.
아내와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 길 끝까지 갔다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거리 전체가 흥겨움으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2. SAIGON SQUARE
가방, 의류, 시발, 시계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의 짝퉁이 가득한 시장이다.
인도네시아산(중국산?) 싸구려 바띡만이 진품으로 귀해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다녀왔다는 표시로 아내와 티셔츠를 하나씩 사볼까 하다가 곧 포기를 했다.
가격 흥정에도 자신이 없고 짝퉁 티셔츠 하나가 무슨 기념이 될 것 같지도 않아서였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신신애의 노래였던가?
왜들 가짜를 만들고 왜들 가짜를 사는 것일까?
3. 맛사지
여행 중 두 번의 맛사지를 받았다.
한 번은 숙소인 PULLMAN에서 발맛사지 그리고 또 한 번은 벤탄시장 가까이 있는 미도스파에서 타이 맛사지였다.
풀만과 미도스파는 시설도 맛사지사도 괜찮았다.
아내는 미도의 타이맛사지에 더 만족해 했다.
↑풀만호텔내 스파
4. 편안한 여행
여럿이서 하는 여행은 떠들석한 흥겨움이 있어 좋기도 하지만 의견 통합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취향이 다르니 사람마다 여행의 형태도 다르다.
'빡시게' 관광지를 돌아보자는 강행군형이 있고, 숙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자는 은둔형이 있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미식가형이 있는가 하면 나이트라이프에 술로 달리는 '주사파'가 있다.
골프만을 목적으로 하루 36홀을 돌아야 하는 '무림의 고수'도 있다.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로컬음식파와 한식파로 나뉘고,
밀가루음식은 좋지만 단면이 동그란 국수는 싫다는 사람까지 있다.
혈압 때문에, 당료 때문에, 콜레스테롤 때문에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고......
여행은 물론이거니와 연말연시 모임을 한 번이라도 주선해 본 사람이면
그 복잡한 고등수학 같은 의견 취합의 과정을 알 것이다.
오래 전 지인들과 부부동반으로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
사전 조율과 프리젠테이션을 하여 동의한 일정을 잡고 다녀왔음에도 막상 현지에서의 진행은 쉽지 않았다.
다녀온 뒤에도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곳을 보니 더 좋은 곳도 있던데......'하는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악의 없는 말이지만 '깃발을 들었던' 사람으로서는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비슷한 경험을 통해 여행가이드는 직업으로서가 아니면 할 게 아니란 말에 긍정하게 되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교수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수많은 답사를 인솔하면서 인솔자로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여기까지 와서 거기를 안 들릅니까"라는 소리다.
그런 말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다시는 답사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답사 일정이란 모든 것을 감안해서
시간을 배정한 것이다. 회원은 그대로 따라주는 것이 예의다.
그렇게 중요한 곳이라면 혼자 따로 가면 되는 것이지 (이하 생략).
반면에 아내와 하는 여행은 언제나 편안하다.
염두에 두었던 일정을 취소하기도, 즉흥적으로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하기도 쉽다.
쇼핑을 하러 갔다가 맛사지를 받고 오고, 반미를 먹으려다가 쌀국수로 바꾸고,
구찌터널 투어를 취소하고 시내를 걸어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우리들의 선택이 최선이라 생각하기에 미련도 작다.
그래서 부부일 것이다.
사는 일도 여행처럼 하고 싶다.
조금씩 어긋나기도 하는 삶의 궤적을 따라 천천히 아내와 함께 걷고 싶다.
욕심에서 자유로워 세상의 휘황한 것들에 눈 주지 않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가끔씩 헛발을 짚어 비틀거려도 아내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만히 내 손을 잡아 중시을 세워줄 것이다.
신이 숨겨놓은 생의 비밀을 끝내 헤아릴 수는 없을지라도
느낀 만큼의 사랑만으로 한 세상을 건너간다면 충분히 복되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김남조의 시, 「그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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