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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

2019 호치민5 - 커피 단상(斷想)

by 장돌뱅이. 2020. 1. 10.

언제부터 커피를 이렇게 자주 마시게 되었을까?
예전에 담배 피울 때는 '식후불연(食後不煙)이면 어쩌구저쩌구......' 하는 농담과 함께 담배를 피워물었는데,
이젠 식후에 커피 한 잔은 의무나 공식이 되었다. 현직에 있을 때 아침에 출근하면 커피부터 한 잔 내려 마시고
회의에서도 커피를 있어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았다. 음악을 들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커피를 찾았다. 
커피값으로 커피 회사 주식을 샀다면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 그럴 듯해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은퇴세대에게 바리스타는 '국민자격증'이라는 말도 있다.

USDA(미국 농무부)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량 중 1.7%를 차지하면서 12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25잔으로 11위에 올라있다. 커피 수입량은 8위에 해당되며 그린빈(GREEN BEAN)과
인스턴트(SOLUBLE)을 제외한 로스팅 & 그라운드(ROAST & GROUND)로만 보면 세계 5위가 된다.

베트남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시내 곳곳에 커피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만 로컬브랜드의 커피점 - 하이랜드(Highlands Coffee), 푹롱(Phúc Long Coffee & Tea),
쯩웬(Trung Nguyên Coffee), 그리고 콩 까페(Cộng Cà phê) 등이 글로벌브랜드점보다 강세라고 한다.
커피 생산량 세계 제2위의 커피 강국에 어울리는 모습일수도 있겠다.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되는 커피는 로부스타(ROBUSTA) 종이다.
이것은 병에 약한 기존의 아라비카(ARABICA)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종이라고 한다.
관리가 쉽고 수확량은 많다는 장점은 있지만  쓴맛에 탄맛까지 강해 처음에는 홀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단점을 장점으로 살려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의 40%가 베트남산이니 아마 '봉다리커피'의 대부분이 이것일 것이다.







 '베트남의 스타벅스'라는 하일랜드커피. 시내 곳곳에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일랜드에 들릴 때마다 연유를 넣은 베트남 특유의 커피, "까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를 마셨다.
아내는 한 모금 먹어보더니 "살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달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아 취향인 나는 달아서 먹는데......
단맛 때문에 좋고 단맛 때문에 싫고 -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종종 이렇게 공통집합이다.

나는 "쓰어다 커피"를 베트남 아닌 미국 샌디에고에서 처음 먹었다.
주말골프를 한 후 멤버들은 양파와 바질 그리고 고수를 듬뿍 넣은 월남국수를 먹고
달디 단  "쓰어다 커피"로 늘 뜻대로 되지 않는 골프의 '쓴맛'을 달래곤 했다.


 


PHUC LONG COFFEE & TEA는 1968년에 창업한 오래된 커피점이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40개가 넘는 분점이 있다고 한다
바이텍스코 타워 근처에 있던 이 가게, 이층 난간에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풍경이 달라지니 마음도 달라졌다.
거리는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우리에겐 조용한 여행의 한 부분이었다.





한국이건 베트남이건 커피 전문점의 급속한 증가는 카페라는 공간 문화의 확산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는 그의 저서 『THE GREAT GOOD PLACE』에서 시민사회의 제3의 공간에 대해 언급했다.
제1의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인 '집'이다. 제2의 공간은 노동의 공간인 '직장'이다.
제3의 공간은 '집'과 '직장' 사이에 위치할 것이다.
그곳은 세상에 속해 있지만 세상과는 다른 평등과 공통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고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나눌 수 있는, 닫혀있으며 열려있는 경계의 공간이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홀로 있거나 함께 모인다. 사색하거나 대화를 한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한다.
그런 경계의
 공간이 주는 의미에 주목하여 커피와 접합 시킨 사람이 스타벅스의 하워드슐츠이다.
커피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사람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누구도 날 건드리지 않지만, 누구나 나를 건드리는 그곳에선 '나'를 알아보기가 더 쉬워진다."
-비오(염승선)의 책, 『커피 오리진 중에서-






숙소 가까이 있는 이름없는(? 모르는)
커피점에 들러 봤다.

넓은 실내 공간이 있었지만 홀 안에 자리를 잡은 사람은 아내와 나뿐이었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가게 밖에 놓인, 그래서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하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오토바이와 차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지나가는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 보고 앉는 것에 비해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 보는 것이 좀 더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앞이나 옆의 탁자에 놓인 커피 한 잔!
생각지 않았던 어떤 즐거운 일이 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작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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