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읽고 문득 요즘 우리나라 탄광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지난 9월 6일 태백 장성광업소 폐광 기념식이 열렸다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는 "국내 최대 탄광인 태백 장성 광업소는 국내 석탄 산업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6년 개발돼 88년간 운영되면서 석탄 9400만 t을 생산해 국민 연료로 불렸던 연탄의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해 왔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980년 말 이후 국내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이 문을 닫고 작년 화순광업소, 올 장성광업소에 이어 내년 6월 도계 광업소가 폐광을 하고 나면 남은 탄광은 삼척 도계의 상덕광업소라는 한 곳뿐이라고 한다. 가정 연료로서 연탄의 수요가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고 산업 연료로서도 지위가 낮아지면서 석탄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 탄광 하면 매몰사고, 진폐증, 사북노동항쟁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탄광이 문을 닫고 난 뒤에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다치거나 병을 얻은 사람들은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일까?
두서없이 찾아본 몇 가지 자료들을 덧붙여 본다.

80년대 지방에 있을 때 아마 그곳 E.Y.C에서 읽었던 걸로 생각된다.
그런데 속내용은 없어지고 겉장만 남아 오래된 책 사이에 끼어있었다.
노조지부장 선거 때문에 농성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끝이 났을까?

1974년 2월에 쓴 황석영의 강원도 고한 탄광 르포 글도 있었다. 글에는 푸른 하늘과 갱 속의 컴컴한 천정이라는 '두 겹 하늘'을 이고 사는 광부들의 고난과 고단이 생생했다.
12월 초까지 밝혀진 탄광 사고는 2,798건이나 되며, 169명이 죽고 2,900여 명의 중경상자를 냈다. 즉, 사고는 일 년 내내 하루 8건이 있었으면 한 달에 14명이 사망했으니 이틀에 한 명씩 죽어간 셈이다. 한 달에 242명이 부상했으니 하루 8명 꼴이다. 이것은 전쟁터의 전사상자 통계가 아니라 탄광부문 산업재해의 통계이다. (···) 기업주들은 탄광을 토대로 해서 벌어들인 잉여 자본을 부동산 투자, 운수업, 호텔, 등등의 부대사업에 투자하는 실정이다. 탄광은 그렇나 사업을 살찌게 하는 수혈원인 것이다. 그러나 갱 속의 작업 실태는 몇 세대 전이나 마찬가지로 원시적인 채탄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타오르는 탐의 불길이 우리들의 추운 겨울을 덥혀주는 것은 바로 수천 광부들의 죽음을 무릅쓴 작업에 의해서가 아닌가?
반 세기를 지난 요즈음에도 노동현장에선 비슷한 사례와 숫자들이 나오는 것 같다.
놀라운 일이다.

1983년 가족과 함께 태백에 정착하여 탄광촌과 주민들의 삶을 그린 '광부화가' 황재형이 있다. 그의 그림 과 김민기 가 만든 탄광촌 노래극 <<아빠 얼굴 참 예쁘네요>> 중 일부를 짧게 발췌하여 합쳐 보았다.
♪까만 집, 까만 길, 까만 물, 까만 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어디서든 탄광에 관련한 말을 듣거나 기사를 읽을 때 나는 늘 임길택의 사들을 떠올린다. 임길택은 탄광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탄광촌의 모습을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표현했다.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까요
-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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