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이 지은 책 『지금 이대로 좋다』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사람은 왜 살까?
사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삽니다.
다람쥐나 토끼는
의미를 찾아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삽니다.
천하 만물이 다 그냥 삽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존재가 우선입니다.
생각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미 살고 있다는 말이에요.
'왜'가 아니고 '어떻게'입니다.
그냥 산다?
요순(堯舜) 시절에 사람들이 불렀다는 격양가(擊壤歌) -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고, 밭 갈아 배를 채우고 우물에서 물을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시절이야 하 수상하지만 해가 뜨면 손자저하 보는 거 외에 특별한 일이 있을 리 없는 백수이고, 잠이 들면 의식이 없으니 맨 정신으론 '배를 채우는 일'이 부각된다. 먹는 일이야 말로 '그냥' 먹는 일이다. 생각하고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프니 먹는 것이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지난 며칠도 '그냥' 지내며 '그냥' 먹었다.
1. 프렌치토스트(French Toast)
이름만 들으면 프랑스에서 유래된 음식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에도 있던 음식이고 한 때는 독일 토스트(German Toast)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프렌치토스트로 바뀌었는데 독일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게 이유라고 한다.
혹시 음식에 관한 한 피시앤칩스로 알려진 영국이나, 학센이나 소시지 따위만 떠오르는 독일에 붙기보단 프랑스 쪽 수식어를 다는 게 더 폼이(?) 나서 점차 그렇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는 감자튀김을 두고 프렌치프라이라고 하면 양이 적어지고 벨지안 프라이라고 하면 양이 많아진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던가. 프렌치는 고급이라서?
(감자튀김을 두고 벨기에와 프랑스의 원조 논쟁이 두 나라 사이에서 격렬한 모양이다. 위 유모어는 그런 갈등을 반영한다. 벨기에에 가서는 벨지언 프라이라고 해야 한 점이라도 더 얻어먹는다.)
암튼 프렌치토스트;
- 도톰하게 썬 식빵 3조각을 달걀물(달걀 3개+우유 1/4C+설탕 1/2)에 담가 충분히 적신다.
- 설탕 대신 꿀 1S로 대체할 수 있다.
- 버터 혹은 식용유에 노릇하게 굽는다.
- 여기에 베이컨, 과일, 샐러드와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 구운 빵 위에 시나몬파우더나 메이플시럽을 뿌린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사준 코코넛 파우더를 뿌렸다.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좀 폼나는 아침식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진 지 오래되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무엇이건 제대로 하려면 쉬운 게 없다. 특히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2. 감자조림
내가 기억하는 감자조림 맛의 근원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자주 만드신 음식이다.
아내도 그걸 인정한다. 그리고 원조와 다름없는 맛으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는 레시피대로 엄격하게 만들어도 늘 2%가 부족하다.
이해인 수녀님은 감자를 두고 "고구마처럼/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무르지도 않으면서//싱겁지는 않은/담담하고 차분한/중용의 맛"이라고 하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 진다고 했다.
정말이지 삶은 감자나 조린 감자만큼 부드러운 촉감과 식감의 음식이 또 있을까?
- 감자 3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찬물에 담가 녹말 기를 뺀다. 양파 1/2개도 감자 크기로 썬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감자를 넣어 반쯤 일을 때까지 볶다가 양파를 넣는다.
- 이어 간장 4S, 맛술 1S, 설탕 1/2S, 물엿 1S, 다진 마늘 1/2S, 다시마 육수 1C를 부어 끓인다.
- 물이 적당하게 줄어들면 어슷선 대파(1/4대)와 홍고추(1개)를 넣고, 참기름 1S, 통깨와 후춧가루를 뿌리고 살짝 더 조린다.(이번엔 홍고추가 없어서 넣지 못했다.)
3. 베트남 쌀국수
여행 때 사온 쌀국수 라면.
야채 쌀국수와 소고기 쌀국수를 각 2개씩 사 와서 맛을 비교해보았다. 결과는 야채쌀국수 승!
다음엔 소고기 쌀국수는 현지에서 먹고 라면은 야채쌀국수만 사 오기로.
4. 태국식 소고기 볶음덮밥(팟 카파오 느아 랏카오?)
태국 여행에서 'Holy Basil Fried Rice' 소스 파우더를 처음으로 사보았다.
태국음식 중 팟까파오 무 랏카오(돼지고기볶음덮밥)을 좋아해서 가끔씩 만들어먹는 터라 소스를 이용하면 더 간편하게 원조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전 글 :
돼지고기 대신 냉장고에 있는 소고기(300g)를 갈아서 넣었고 바질 대신 깻잎을 넣어서 만들었다.
맛은? 먹을만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현지에서 먹는 것이 첫째이고 요리강좌에서 배운 태국'식' 볶음 덮밥이 둘째였다.
언젠가 남은 소스 한 봉지를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이걸 사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
'한 술만 더 먹어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6 (0) | 2024.10.10 |
---|---|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5 (0) | 2024.10.07 |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3 (0) | 2024.09.23 |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2 (0) | 2024.08.30 |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1 (2) | 2024.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