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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4

by 장돌뱅이. 2024. 9. 30.

법륜스님이 지은 책 『지금 이대로 좋다』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사람은 왜 살까?
사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삽니다.

다람쥐나 토끼는
의미를 찾아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삽니다.
천하 만물이 다 그냥 삽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존재가 우선입니다.
생각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미 살고 있다는 말이에요.
'왜'가 아니고 '어떻게'입니다.


그냥 산다?
요순(堯舜) 시절에 사람들이 불렀다는 격양가(擊壤歌) -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고, 밭 갈아 배를 채우고 우물에서 물을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시절이야 하 수상하지만 해가 뜨면 손자저하 보는 거 외에 특별한 일이 있을 리 없는 백수이고, 잠이 들면 의식이 없으니 맨 정신으론 '배를 채우는 일'이 부각된다. 먹는 일이야 말로 '그냥' 먹는 일이다. 생각하고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프니 먹는 것이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지난 며칠도 '그냥' 지내며 '그냥' 먹었다.


1. 프렌치토스트(French Toast)
이름만 들으면 프랑스에서 유래된 음식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에도 있던 음식이고 한 때는 독일 토스트(German Toast)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프렌치토스트로 바뀌었는데 독일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게 이유라고 한다.
혹시 음식에 관한 한 피시앤칩스로 알려진 영국이나, 학센이나 소시지 따위만 떠오르는 독일에 붙기보단 프랑스 쪽 수식어를 다는 게 더 폼이(?) 나서 점차 그렇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는 감자튀김을 두고 프렌치프라이라고 하면 양이 적어지고 벨지안 프라이라고 하면 양이 많아진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던가. 프렌치는 고급이라서?

(감자튀김을 두고 벨기에와 프랑스의 원조 논쟁이 두 나라 사이에서 격렬한 모양이다. 위 유모어는 그런 갈등을 반영한다. 벨기에에 가서는 벨지언 프라이라고 해야 한 점이라도 더 얻어먹는다.)

암튼 프렌치토스트;
- 도톰하게 썬 식빵 3조각을 달걀물(달걀 3개+우유 1/4C+설탕 1/2)에 담가 충분히 적신다.
- 설탕 대신 꿀 1S로 대체할 수 있다. 
- 버터 혹은 식용유에 노릇하게 굽는다.
- 여기에 베이컨, 과일, 샐러드와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 구운 빵 위에 시나몬파우더나 메이플시럽을 뿌린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사준 코코넛 파우더를 뿌렸다.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좀 폼나는 아침식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진 지 오래되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무엇이건 제대로 하려면 쉬운 게 없다. 특히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2. 감자조림
내가 기억하는 감자조림 맛의 근원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자주 만드신 음식이다.
아내도 그걸 인정한다. 그리고 원조와 다름없는 맛으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는  레시피대로 엄격하게 만들어도 늘 2%가 부족하다.

이해인 수녀님은 감자를 두고 "고구마처럼/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무르지도 않으면서//싱겁지는 않은/담담하고 차분한/중용의 맛"이라고 하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 진다고 했다.
정말이지 삶은 감자나 조린 감자만큼 부드러운 촉감과 식감의 음식이 또 있을까?

- 감자 3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찬물에 담가 녹말 기를 뺀다. 양파 1/2개도 감자 크기로 썬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감자를 넣어 반쯤 일을 때까지 볶다가 양파를 넣는다.
- 이어 간장 4S, 맛술 1S, 설탕 1/2S, 물엿 1S, 다진 마늘 1/2S, 다시마 육수 1C를 부어 끓인다.
- 물이 적당하게 줄어들면 어슷선 대파(1/4대)와 홍고추(1개)를 넣고, 참기름 1S, 통깨와 후춧가루를 뿌리고 살짝 더 조린다.(이번엔 홍고추가 없어서 넣지 못했다.)


3. 베트남 쌀국수

여행 때 사온 쌀국수 라면.
야채 쌀국수와 소고기 쌀국수를 각 2개씩 사 와서 맛을 비교해보았다. 결과는 야채쌀국수 승!
다음엔 소고기 쌀국수는 현지에서 먹고 라면은 야채쌀국수만 사 오기로.

야채쌀국수
소고기 쌀국수


4. 태국식 소고기 볶음덮밥(팟 카파오 느아 랏카오?)

태국 여행에서 'Holy Basil Fried Rice' 소스 파우더를 처음으로 사보았다.
태국음식 중 팟까파오 무 랏카오(돼지고기볶음덮밥)을 좋아해서 가끔씩 만들어먹는 터라 소스를 이용하면 더 간편하게 원조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전 글 :

 

"태국식 매콤 돼지고기 덮밥"을 먹으며

태국은 우리 가족이 매우 좋아하는 여행지다.딸아이가 어릴 적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해마다 한 번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다.설탕 같은 모래 해변과 에머럴드빛 투명한 바다, 깊

jangdolbange.tistory.com

돼지고기 대신  냉장고에 있는 소고기(300g)를 갈아서 넣었고 바질 대신 깻잎을 넣어서 만들었다.
맛은? 먹을만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현지에서 먹는 것이 첫째이고 요리강좌에서 배운 태국'식' 볶음 덮밥이 둘째였다.
언젠가 남은 소스 한 봉지를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이걸 사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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