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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저하'의 고민을 위하여

by 장돌뱅이. 2024. 10. 4.

손자저하는 2학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생겼다.
내년에 축구선수반을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두어야 하나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비만 내면 누구나 가능한 취미반이 아니라 당당하게 공개 테스트라는 경쟁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던 선수반이기에 그 자부심과 열정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론  선수반이기에 미뤄두고 있는 스케이트와 수영 등에 대한 아쉬움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고,  또 축구 '우등생'들만 모인 선수반의 강도 높은 훈련과 나름 치열한 주전 경쟁의 압박도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확고했던 장래 축구선수의 꿈이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

딸과 사위는 매주 3번 이상을 밤 10시 넘어까지 연습장을 오가야  하고 매 주말이면 거의 전국을 돌며 벌어지는 대회에 참가하느라 피곤이 누적된 상태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은근히 저하가 선수반 대신에 취미반에서만 뛰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반 아이들 중에 진짜로 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들의 훈련 강도는 이보다 더 세다.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어린 당사자와 부모가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을 접어둔 채 이렇게 많은 시간을 오로지 축구에만 투자해야 하는, 'All or Nothing'의  유소년축구 시스템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하가 학급 게시판(?)에 고민을 공개했던가 보다.
친구들의 충고와 응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어른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가 힘들거나 싫다면 안 하는 것이 좋아. 그리고 네가 좋다면 하는 게 좋아."
결국 고민은 저하의 몫이 되었다.

* 지난 주말 저하의 경기 모습. 배경음악은 AI 'SUNO'가 만들어준이다.

저하에게 축구협회 '어른'들이 벌이는 한심한 작태에 대해 들려주면 결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까?
규정과 절차의 무시와 위반, 불공정, 무자격, 특혜, 나눠먹기 등등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기득권 세력의 적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들만의 전술과 전략에 대하여.
자신만이 한국축구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인양 임기 연장에만 골몰하거나 고액의 연봉에도 자신이 하는 일을 봉사라고 내세우며 자신에게만 볼을 달라는 그들만의 과대망상적 포스트 플레이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이나 자정능력은커녕 문제자체를 의식하지도 못하는 무개념과 무지로 기본적인 상식을 휘저어 놓는 그들만의 술 취한 드리블과 오프사이드에 대하여.
잘못을 고치라는 주심(국민)에게 "이러다 월드컵에 못 나가면 어쩔거냐?"고 훈계나 협박까지 하는 그들만의 적반하장식 무식한 태클에  대하여.

 나는 누구보다도 열성 축구팬임을 자부하는 터이지만, 그래서 우리 축구가 어느 대회에서건 선전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런 식의 오만한 '월드컵 타령'은 그들만의 잔치를 계속하겠다는 방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점을 고치고 원칙을 지키자는데 무슨 시점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결과만 좋으면 국민들이 조용해질 거라는 발상은 국민들을 우매하게 보는 발상이다.
설혹 그렇게 해서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한들 일반 국민에게 그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우리는 그에 앞서 과정에서 올바름과 상식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럴 수 없다면 그놈의 월드컵?
그런 건 개나 줘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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