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쪽 어느 기슭의 절에서 누군가 꼭두새벽에 나무를 심었건 파냈건 그 뿌리가 지들끼리 엉켰건 용산까지 뻗었건 누가 누구를 너희에게 먼저 소개했건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건 오래 만났건 아니면 힐끗 지나쳤건 금배지 장사에 밑천을 댔건 얼굴마담만 했건 '하늘'공과 인생을 논했건 장례식 조문을 결정했건 멀쩡하던 길이 휘어져 너희 집 뒷간을 지났건 안방 구들장을 파고들었건 마약 밀수에 해병과 이태원의 죽음에 관여를 했건 방관을 했건 12시에 때려 만든 주식(株式) 요리를 주식(主食)으로 삼았건 주식(酒食)으로 먹고 마셨건 에코백 속에 넣은 디올백으로 김영란과 친해졌건 척을 졌건 멤버를 YUJI 했건 독도를 '안 YUJI' 했건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닌 게 배겟머리 송사이건 나랏일이건 장모 사랑이 사위이건 사위 사랑이 장모이건 특검을 안 받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건 거부(拒否)권을 거부(巨富)권으로 알건 계엄과 전쟁으로 폭탄주를 말고 싶건 안주로 김치찌개와 계란부침을 끓이고 부치고 싶건 대국민 사과를 하건 시기를 조율하건 당정을 협의하건 독대를 하건 만대를 하건 우리는 일단 그리고 일절 관심 없다.
우선 방부터 빼고 하자.
밀린 방세가 너무 많아 8년 만에 다시 모진 집주인이 되어야겠다.
닥치고 방 빼!
주여, 저 거짓친구들을 벌하소서.
그들은 탐욕에 눈멀고, 질투하고 시기하였으며,
증오와 저주로 젊은 나이를 헛 보냈습니다.
주여, 그들을 지옥에 던지소서.
그들은 쭉정이요 가라지입니다.
혹은 어둠 속에서 명예를 훔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가난한 형제들을 등치고
그 두뺨을 피눈물로 적시게 하였습니다.
주여, 그들을 벌하소서.
그들은 양심을 경멸하였으며
불의에 편들었고,
이웃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나
감옥에 갇히기를 크게 두려워하였습니다.
주여, 그들을 벌하소서.
그들은 검불이요, 독사의 족속입니다.
- 양성우, 「저 거짓친구들을」-
나 또한 일부분 그랬음을 고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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