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을 할 때, 아내와 나를 천주교로 이끌어주신 수녀님과 이웃이자 교우.
그 이후 아내와 나는 한국으로, 수녀님께선 동남아를 거쳐 귀국을 하셨고, 패트릭 님과 카타리나 님은 폴란드로 옮겨 지금도 살고 있다.
연말을 맞아 패트릭 님에 앞서 카타리나 님이 귀국하여 함께 식사와 커피를 했다.
거리는 소란스런 시절이지만 잠시 지난날과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로벌'시대다운 인연이네요."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세상은 수녀님께서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셔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렇게 두 종류가 있다고 나는 주장했다.^^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
- 도종환,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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