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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제15차 범시민대행진

by 장돌뱅이. 2025. 3. 16.

사실 이런 일보다는 손자의 축구경기를 응원하거나 아내와 봄이 오는 강변을 걷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가 음악을 들으며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훨씬 좋지만.
어쩌랴. 때로 머릿수 하나 더 더하고, 작은 목소리 하나 보태는 일도 필요한 것을.

*고현준 만평
*한겨레만평

아내와 내가 집회에 참석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이른바 '내란 스트레스'가 가장 화급하고 답답한 일이어서 봄날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으리라. 그래서 주변 건물에선 평소에는 비밀번호로 잠겼을 화장실을 개방하고, 전시회 장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홀 한가운데는 커피포트와 차를 준비하여 놓았으리라.
건물 유리창에 붙은 "빛이 오고 있네!"가 소망처럼 다가왔다.
힘을 주었다.

불행은 불행에 기대어
고통은 고통에 기대어
슬픔은 슬픔에 기대어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에 기대어
한 세상을 건너갑니다.
불행은 불행으로 합치고
슬픔은 슬픔으로 합치고
가난은 가난으로 합치어
시내를 이루고
강물을 이루어
아, 푸르게 출렁이는 파도로
분노로, 너그러움으로
맺히고, 일그러져
불행을 고통을
슬픔을 가난을
원한을 넘어서
이름할 수 없는
넉넉한 힘으로.

- 김진경, 「파도」-

이제 다시는 이미 흘러가버린 옛 노래와 시를 꺼내어 거리에서 부를 필요가 없는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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