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 박성우, 「아직은 연두」-
강변 버드나무에 물이 올랐다. 늘어진 가지에 연한 연둣빛이 살랑살랑 어른거린다. 거리를 두고 보면 파스텔 톤의 연둣빛이 물감처럼 번지고 있다. 초록은 여름 내내 볼 수 있지만 연두는 이른 봄에만 볼 수 있는 색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연두. 어린 손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연두. ···연두 ···연두 ···연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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