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이 온통 봄기운으로 움찔움찔 들썩인다. 양지바른 쪽 바람 없이 따뜻한 곳에 있는 산수유는 벌써 꽃을 만개했고 개나리 목련 동백은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곧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오듯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꽃기운에 묻어올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 '아침엔 창문의 커튼을 서둘러 걷고 저녁에 더디게 닫아본다.'
무슨 약속이나 있는 듯이 날마다 들창에 서서 주렴 걷기는 서둘러지고 내리기는 더뎌지네. 봄빛은 하마 벌써 산 위 절에 왔건만 꽃 밖으로 가는 스님 저 혼자만 모르누나. (日日軒窓似有期 일일헌창사유기 開簾時早下簾遲 개렴시조하렴지 春光正在峯頭寺 춘광정재봉두사 花外歸僧自不知 화외귀승자불지)
- 백광훈(1537-1582), 「용문에서 봄을 기다리며(龍門春望)」-
소식 보다 먼저 왔어도 봄은 어쩔 수 없이 예쁘고 고맙다. 앞으로도 한동안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여러 번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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