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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2 - 솔트레이크시티

by 장돌뱅이. 2012. 10. 24.

'테트리스'.
원래는 화면 상단에서 내려오는 여러 형상의 막대기를 효과적으로
아귀를 맞추어 치워나가야하는 컴퓨터오락의 이름이지만
캠핑 준비물들을 차의 뒷트렁크에 효율적으로 싣는 방법을
말하는, 캠핑마니아들 사이의 속어인 듯 했다.
마치 '번개'라는 말이 급작스런 만남을 의미하는 말로 자리잡았듯이.

그때 게시판의 사진 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캠핑용품들을 보면서 처음에 나는 솔직히
'저렇게도 캠핑을 하는구나' 아니면 '저렇게 해도 캠핑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캠핑족은 아니었지만 오래 전 몇번의 경험으로 그 '테트리스'의 공간이
작은 베낭 안으로 한정되어 있던 방식에 익숙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어깨가 아니라 차량의 힘으로 어디든 필요한 물품을 운반할 수 있고,
운반 공간 또한 베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 확장 되었기에 구태여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세상임을 번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

요즈음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 나는 캠핑이 아닌 여행에서도
'모든 것을 싸 가는' 짐 꾸리기를 싫어했다.
그 때문에 여행 준비 과정에서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었다.
트렁크를 지고 산행을 하는 것도 아니니 구태여 못가지고 갈 것 없는
물건들에조차 나는 인색하게 굴었다.
가방 하나 더하고 빼는 것에 무슨 여행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인양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 여행은 사치라고 터무니없이 '오바'를 하기도 했다.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허세였고, 확대하면 자신의 경험의 둘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붙들어맨 기성세대의 한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캠핑도 여행도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인정하면 간단한 일이었다.
모든 일에 자신만의 아집스런 경험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댈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25년 만에 캠핑을 엘로우스톤에서 하게되면서 새로 사들인 이런저런
캠핑 용품들을 꾸려 넣다보니 처리하지 못한 테트리스의 막대기들처럼 뒷트렁크가
어느 새 하나 가득 차올랐다.

사람은 홀로 침묵 속에서 짐가방 없이 떠나야 진정으로 황야의 심장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여행은 모두 먼지와 호텔과 짐가방과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예의 그 옛병이 도져 아내에게 누군가의 폼이 나는 말을 인용했다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지 말고 짐이나 잘 꾸려 " 하는 평소의 아내답지 않은 과격한(?)
표현의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위 사진 : 안터넷에서 검색해본 솔트레이크숙소까지의 거리

어쨌든 아직 어둠이 거치지 않은 이른 새벽의 출발.
샌디에고에서 솔트레이크시티의 숙소까지는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라스베가스와
세인트조지를 거치는 760마일(1,200키로미터)의 먼 길이었다.

해가 떠오르고 황량한 사막의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기온은 점점 더 올라가
게기판의 대기온도는 화씨 100도를 넘기고 있었다.
차문을 열면 히터를 틀어놓은 것 같은 텁텁한 더운 공기가 숨을 막았다.
캘리포니아 - 네바다를 지나 길은 유타주로 이글거리며 뻗어있었다.
우리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잠깐씩 하는 스트레칭을 제외히곤
준비해간 식사도 에어컨을 켠 차안에서 해결했다.

왕래하는 차들이 많지 않아 고적한 길이 이어졌다.
이원복교수가 쓴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에는 미국 여러 주들의 진기한 법이 나와 있다.
'모든 범죄자는 범행24시간 전에 범행대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텍사스주)는 식의 황당한
법들로 지금은 사문화 되었거나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었다가 미처 없애지 못한 것들이다.

그중 유타주에는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법이 있다고 한다.
자동주행장치를 이용 일정한 속도를 고정해놓으면 좀처럼 바꿀 일이 없는 무료한 길인지라
새들이 나타나면 내가 앞질러 법규를 위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마저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새가 앞을 막는다 해도 구태여 추월해서 갈 필요가 없는 길이었다.

저 아득한 길에 조금 앞서가 본들 큰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위 사진 : 솔트레이크의 숙소 ELLERBECK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솔트레이크의 민박집 ELLERBECK에 도착했다.
ELLERBECK은 시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한적한 주택가에 있었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실내를 지닌
예스런 집이었다. 우리는 2층 모퉁이방에 묵었다.
1층에는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었다.
 



이튿날 숙소에서 제공된 아침을 먹고 도보로 솔트레이크 구경에 나섰다.
유타인구의 60-70%가 몰몬교도라고 한다. 숙소의 여주인도 몰몬교 신도였다. 주도인
솔트레이크는 몰몬교의 종교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유타주뿐만이 아니라 천만이 넘는다는
전 세계 몰몬교도들에게 성지이다. 우리는 몰몬교의 각종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템플스퀘어
TEMPLE SQUARE를 돌아보기로 했다. 
 

 

 


 *위 사진 : 템플스퀘어의 중심 솔트레이크 템플

몰몬교는 1827년 미국의 조셉 스미스가 모로나이 MORONI라는 천사에게서 받은
황금판의 문자를 해석하여 "몰몬경"을 편찬하면서 창시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에게 의해 '사이비'로 몰리면서 박해를 피해 미주리주로 일리노이주로
떠돌게 된다. 결국 죠셉스미스는 옥에 갇혔다가 폭동의 와중에 살해되고 2대 교주인 브리검영은
약 1만 5000여명의 신도들을 이끌로 솔트레이크시티까지 이주하게 된다.

몰몬교는 1895년까지는 일부다처제를 인정했다. 박해를 피해 이동을 하는 와중에 남자들이 많이 죽어서 생긴 제도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교주인 브리검영은 27명의 아내와 결혼하여
56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검은 바지와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단정한 차림에 명찰을 달고
길거리에서 선교를 하는 서양인 몰몬교도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혹은 알고 있는 영어를 미국인에게 직접 써먹어 보기 위해 그들에게 접근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몰몬교에서는 술과 담배를 금지하고 가족중심의 청결한 생활을 강조한다고 한다.
몰몬교의 공식 명칭은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교(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 "이다.

테플스퀘어 내에는 원하면 각국에서 온 교인들의 모국어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한국인 안내의 제의가 있어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아내와 나는 그냥
둘이서 돌아보기로 했다.

종교적 의미 없이 바라본 템플 스퀘어는 하나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그곳을 보기 위해 일부러 올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솔트레이크까지 왔다면
구태여 외면할 필요까지 없는.


*위 사진 : 솔트레이크 템플의 지붕. 황금빛 천사상이 인상적이다.

템플스퀘어의 중심은 아무래도 솔트레이크 템플 SALT LAKE TEMPLE 이었다.
일반인들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외부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고딕양식의 화강암 건물로 1853년에서 1893년까지 40여 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첨탑의 끝에는 죠셉스미스에게 황금의 몰몬경을 전해준 천사 모로나이 상이 서 있다.
 


*위 사진 :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대예배당 내부.

템플 뒤쪽에 있는 대예배당 THE TABERNACLE 은 대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하다.
매일 유명 연주자들이 30분 정도 연주를 한다. 우리는 더운 날씨에 지친 다리도 쉴 겸
잠시 그 웅장한 울림을 듣기로 했다. 물론 입장료 없는 무료공연이었다.
 

 


*위 사진 : 죠셉스미스기념빌딩의 안팎

그 외에 죠셉스미스기념빌딩 JOSEPH SMITH MEMORIAL BUILDING 과
LSD 교회 본부 빌딩 THE LSD CHURCH OFFICE BUILDING 등의 굵직한 건물들이
있었다. 호텔을 개조했다는 죠셉스미스기념빌딩에서는 몰몬교 창시와 관련한 전기
영화가 상영 되기도 했다. 
 


*위 사진 : LSD 교회 본부 빌딩

무더운 날씨는 우리를 생각보다 쉽게 지치게 했다.
우리는 염두에 두었던 솔트레이크 인근에 있는 세계 최대의 노천구리 광산, 빙엄캐년
BINGHAM CANYON COPPER MINE 을 가려던 계획을 접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본 솔트레이크의 시가지는 주도답지 않게 한산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느긋한 기분에 젖어들게 했다.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거실에서
늘어진 자세로 내일의 목적지인 옐로우스톤에 대한 자료들을 읽어보았다.
한가하기 그지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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