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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4 - 자동차로 돌아보기

by 장돌뱅이. 2012. 10. 24.

 새벽녁에 빗소리를 들었다.
잠자리에 들 때만해도 별들이 무수히 돋아나 있어 탄성까지 질렀는데 의외였다.
잠결이었지만 초저녁에 텐트를 좀 더 높은 자리로 옮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비가 많이 올 경우에 대비해서 번거로움을 무릅썼던 것이다.
그 때문에 플라이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포근하게 들렸다.

비때문에 끊어졌던 잠을 다시 청하고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떴을 때는 어느 새 아침이었다.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오자 한층 더 투명해진 것 같은 첫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춰들었다.
물기를 머금은 숲은 더욱 싱싱해보였다. 새로 구입하여 처음 사용해 본 침낭과 야전침대
속에서의 잠이 편안했다는 아내의 말에 나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미국의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기본적으로 자동차로 돌아보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을 만큼 넓은 것이 특징이지만 옐로우스톤은 그중에서도
특히 광활한 면적을 지니고 있다. 200백만 에이커라는 숫자로는 그 크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랜드캐년국립공원의 3배라는 비교가 더 실감나는 듯도 하지만
그랜드캐년의 규모도 잘 가늠되지 않으니 그냥 대단히 큰 곳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다. 

 

넓은 지역에 걸맞게 그 안에 품고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도 대단하다.
이곳은 지표 가까이까지 암장(마그마)이 올라와 있는 핫스팟(HOT SPOT) 지역이다.
그로인해 달구어진 지하수가 하늘 높이 물줄기를 내뿜는 300여 개의 간헐천과
무려 수천 곳에 달하는 온천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는 날마다 평균 17회의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우리가 감지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1959년에는 산이 무너지고 도로가 매몰되는
큰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때 야영을 하던 수십 명의 인원이 흙속에 매몰되는 참사가
있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사시사철 흰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이 1만피트 이상의 고봉들과 거대한 폭포가
수십 곳에 이르며, 울창한 숲과 광활한 초원지대가 있어 각종 동물들과 야생화들이
번성하고 있다.  

어떻게 돌아보건 2박 3일이라는 우리의 짧은 여정으로는 옐로우스톤을
보고왔다고 함부로 말하기가 송구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는 자동차로 공원 전체를 개론적으로(수박 겉핧기 식으로) 돌아보고
이튿날은 한 곳의 트레일을 정해 걸어보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위 사진 : 엘로우스톤의 GRANDLOOP. 우리는 캠프장인 하단의 GRANT VILLAGE에서 출발하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지도출처: 국립공원홈페이지)

자동차로 어떻게 돌아보는 것이 좋을까는 그다지 큰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원에서 나누어주는 지도를 보면 아래 사진에서 보듯 남북으로 8자 형태를 지닌
도로가 보이는데 그 도로를 따가가며 필요한 곳을 보면 된다.
도로는 잘 포장이 되어 있고 일부 보수공사 지역을 제외하면 소통도 원활하여
이정표도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옐로우스톤 공원에는 우리 국립공원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이 있다.
시원스럽게 뻗은 나무와 숲이 있고, 여유롭게 평야를 적시는 강과 급격하게 소용돌이치는 계곡과
웅장한 폭포가 있는가 하면, 초원을 수놓는 현란한 야생화들과 그 사이를 주인처럼
거리낌 없이 누비는 버팔로며 엘크, 곰과 사슴 등의 동물들이 있다.

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곳.
평화스러우면서도 자유로운 곳.
드러나보이면서도 깊어보이는 곳.
우리가 천국을 어떻게 달리 그려볼 수 있을까.

차를 타고 돌아본 순서대로 사진을 올려본다.

*아래 사진 : WEST THUMB GEYSER BASIN 

 

 

*아래 사진 : 북미지역에서 제일 큰 산정호수라는 YELLOWSTONE LAKE

*아래 사진 : GRANDLOOP 주행 도중 곳곳에서 만나는 울울창창한 숲길. 부러움이기도 했다.

*아래 사진 : DRAGON'S MOUTH SPRING

*아래 사진 : MUD VOLCANO AREA

*아래 사진 : MUD VOLCANO AREA에 내려와 있던 버팔로. 동물들도 몸이 좀 이상하면 온천을 한다고.

 *아래 사진 : MUD VOLCANO AREA 와 UPPER 폭포 사이의 초원지대. 우리는 차를 세우고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풍경이 조미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래 사진 : 평온하게 흐르던 물은 속도를 빨리하다간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하단폭포 LOWER FALLS  

*아래 사진 : ARTIST POINT에서 본 상단폭포 UPPER FALLS
 

*아래 사진 : 1988년 7월에서 9월까지 있었던 대화재의 흔적. 그마저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래 사진 : 초원 그리고 야생화.....
 

 *아래 사진 : TOWER FALLS
 

 *아래 사진 : MOMMOTH HOT SPRING. 예전에는 물이 흘러넘쳐 장관이었다고 하나 이제 말라버려
다소 실망스러운 곳이 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 : FOUNTAIN PAINT POT
 

*아래 사진 : MIDWAY GEYSER BASIN

*아래 사진 : UPPER GEYSER BASIN
 

 

 

 

 

캠프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일정이었던 OLD FAITHFUL GEYSER.
옐로우스톤의 상징물처럼 사용되는 지하수의 분출 장면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확한 시간을 예측할 수 없지만 대략 1시간에 한번 꼴로
50미터 높이로 지하수를 분출한다고 한다. 어떨 때는 기대했던 만큼의 물을 분출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행운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매우 높이 솟구치는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  

 

 

 

간헐천의 행운은 캠프장 옆에서도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길가 언덕에 몰려있어 차를 세우고 올라보니 나로서는 처음보는
동물이 풀을 뜯고 있었다. 얼핏 말인가 하다가 아무래도 모양새가 다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폼이 유별나서 옆에 사람에게 물어보니 엘크라고 한다.
녀석은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유유자적하게 식사를 즐겼다.
기울어진 저녁햇살은 사람들과 녀석과의 만남을 황금빛으로 채색하고 있었다.
우리는 뜻밖에 보너스를 받은 듯한 흐믓한 기분으로 맛있는 저녁 식단을 떠올리며
텐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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