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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7(끝) - 집으로

by 장돌뱅이. 2012. 10. 24.

그랜드티턴을 나오는 길.
아침이라 오고가는 차가 별로 없어서인지 느닷없이 버팔로가 나타났다.
나는 차를 세우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냈는데
녀석들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천천히 차도를 벗어나 초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가까이서 야생의 동물을 육안으로 본 것은 엘크에 이어
큰 행운인 것 같았다. 인간과 가까운 야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망원경을 준비해와서 찬찬히 숲을 살피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내를 세우고 그랜드티턴을 배경으로 어제 찍었던 사진을
다시 찍는 것으로 일주일의 여정과 작별을 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일박을 할 예정이지만 그것은 집으로 가는 길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그리고 길을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잠시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또 달렸다.
밥을 먹고 또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려서 한밤중이 되어서야 라스베가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지름길로 생각하여 지방도로를 탔다가 공사에 막힌 탓에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도착하게 되었다.
그랜드 티턴을 출발한지 열네 시간만이었다.

밤이면 어둠과 별빛 뿐인 곳에서 지내다 들어온
인공의 화려한 세상은 더욱 눈부셔 보였다.
벨라지오 호텔의 로비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체크인을 하는 중에도 카지노의 기계음은 쉬임없이 들려왔다.

샤워를 마치고 분수쇼의 시간을 물어보니
마지막 공연이 곧 시작된다고 하여 서둘러 분수대로 내려왔다가
핑게김에 지친 몸을 이끌고 혹시나 슬소머신 앞에 앉아 보았다.
결과는 아내도 나도 속절없이 참패.

 

 

 

 

 

 

 

뒷날 아침 집으로 출발하기 전 잠시 호텔을 둘러보다가
아빠의 이름과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은 가족들을 만났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심전심 집을 떠나온 흥겨움이 느껴졌다.

"우리 옐로우스톤 다녀온 사람이야."
느닷없이 아이들처럼 뽐내고 싶었다.
이제 집까지 남은 시간은 다섯시간이
저녁 외식을 나가는 길처럼 가볍게 다가왔다.

"까짓거! 우리가 엘로우스톤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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