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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3 - 강원

by 장돌뱅이. 2012. 11. 6.

1. 문막 “대감집"

영동고속도로의 문막 나들목을 나와 문막읍사무소 뒤쪽으로 가다보면
도로변에 대감집과 머슴집이라는 음식점 입간판이 보인다.
대감집에서는 보리밥을 팔고 머슴집에서는 불고기를 판다는 내용이 재미있다.
아마 두 집이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되는데, 의도적으로
메뉴를 바꾸어 놓은 듯한 유모어가 느껴진다.  

그러나 감자를 넣어 지어낸 보리밥을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뚝배기 속의
강된장과 비벼 먹으면 머슴집의 불고기가 별로 부럽지 않다.
거기에 뒤따라 나오는 구수한 보리 숭늉과 식혜을 마시고 나면 진짜 대감이 된 느낌도 든다.
보리밥이외에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마시는 맛도 그만이다. 

섬강을 끼고 있는 문막 일대에는 무수한 절터들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흥법사터와 법천사터 그리고 거돈사터가 있다.
옛 절터를 돌아보는 여정에 대감집을 넣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당일치기 여행이 될 것이다.
(전화번호 : 033-734-5637)



2.평창 “박광희김치”

작년 가을 아내와 정선의 민둥산을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에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에 있는 “박광희김치”에 들렸다.
방문 전에 내가 아는 것은 인터넷에서 얻은 “박광희김치”라는 상호와
전화번호뿐이었다. 나는 처음에 이곳을 맛있는 김치를 반찬으로 내놓는
식당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검색한 인터넷에는 식당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김치가 얼마나 맛있길래 강원도 평창이라는
시골에서 김치를 주제로 ‘맛집’의 명단에 오를 정도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아내와 방문해보기로 한 것이다.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전화를 넣어보았다.
경쾌한 목소리의 아주머니가 매우 싹싹하게 전화를 받았고
가는 길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찾아간 곳.
“...???...”
입구에 들어서며 아내와 나는 그곳이 식당이 아니라는 사실에 잠시 당황했다.
식당이 아니라 김치를 제조하는 공장(벧엘식품)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도로변이 아니라 산 아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더라니······.

그러나 주인인 박광희사장은 잘못 알고 찾아왔다는 우리 부부에게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말을 했다.
“식사하러 왔으면 식사하면 되잖아요? 우리집이야 뭐 김치 밖에 없지만.”

엉겁결에 살림집 거실에까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박광희사장은 마치 우리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친숙하고 편하게 대해 주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런 친절과 호의는 아무나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아내와 나의 겸연쩍었던 마음이 편하게 풀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의 목소리를 통해 짐작했던 바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김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많은 제품을 팔기보다 소수의 특별한 분들을 위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
는 그녀의 다짐에서는 맛과 김치에 대한 겸손함과 자부심과 자존심이 넘쳐났다.
그런 활기는 부단한 노력 끝에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듣고만 있어도 덩달아 유쾌해지는 그녀의 이야기였다.

잠시 후 그녀 말대로 ‘김치만’ 가득한 밥상이 차려졌다.
아내와 나는 환상적인 김치의 맛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김치 속에는 그녀의 쾌활한 성품과 김치에 대한 약속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염치를 무릅쓰고 무려 세 공기의 밥을 먹고 나서야 밥상 앞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그녀는 2002년 MBC와 일본 후지 TV에서 김치명인으로 선발되었다고 한다.
그런 명성은 그녀의 김치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듣노라면 감탄보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평창 지역의 고랭지 무농약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김치를 담그는 것 이외에도
고들빼기김치,
민들레김치, 두릅김치 등의 그녀만의 창조적인 김치를 개발하여 우리 민족의
자산인 김치의 영역을 넓히고 맛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중이었다.

몇 가지 김치를 구입하여 차 뒤에 싣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걱정을 시작했다.
“만약에 이 김치에 맛들여서 내가 만드는 김치는 맛이 없다고
안먹으면 어쩌지?”
이럴 때 나는 재빠르게 대처를 해야 한다.
“나야 원래 물 말은 밥에 당신이 담근 김치를 걸쳐 먹는 걸 제일로 치는
사람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벧엘식품의 김치는 당신 솜씨 다음이지.”
나의 말에 아내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이제까지 당신이 한 다른 말의 진실성도 의심을 하게 돼.” 하며 실소를 했다.
그렇지만 나의 아부가 혹은 아부를 하는 마음이 꼭 그렇게 싫지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직도 우리집은 우리가 담근 김장을 묵혀두고
그 날 사온 김치를 아껴가며 먹고 있다.
(홈페이지 :www.pckimchi.com, 전화번호 : 033-332-8778)


3. 영월 "장릉보리밥"

단종의 능인 장릉 입구에 있는 영월 장릉보리밥집은 아마 아내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식당 중의 하나인 곳이다.
커다란 대접에 담겨져 나오는 (감자와 함께 지은) 보리밥에 여러 가지 나물류와 된장찌게를 넣고 비벼 먹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음식이지만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영월의 선바위나 선암마을, 혹은 청령포를 여행할 경우 빠뜨리면 억울할 정도로 이름 있고 오래된 식당이다.
(전화번호 033-374-3986)


4. 인제 "용바위식당"

겨울이 깊어지면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종종 강원도 황태덕장의 사진을 게재하곤 한다.
황태를 말리는 모습은 이제 동해안에서 나는 먹거리의 의미를 넘어서
어느 덧 우리의 겨울을 상징하는 정서적인 풍경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동지에 접어들면서 잡히는 명태의 내장을 따내고 덕장으로 옮겨 널어
겨우내 밤에 얼고 낮에는 녹는 과정을 되풀이 시켜가며 말리면
껍질과 속이 노랗게 변한 황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내설악의 백담계곡 진입로 부근 진부령 방향에 위치한 용바위식당은
자체 덕장을 가지고 있는 황태요리에 관한한 이름이 알려진 식당이다.

아내와 나는 한번에 황태국과 구이를 맛보기 위해 정식을 주문했다.
(전화번호 : 033-462-4080)


5. 진부 "부일식당"

우리나라 모든 산 아래에 위치한 식당들마다 간판을 내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른바 “산채전문점”이다.
그 중에서도 부일식당은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을 빠져나가 물어보면 누구나 다 위치를 알 정도이다.

산채백반을 시키면 여러 가지 나물과 된장찌개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산나물에 아는 바가 없어서 이름을 들었어도 맨날 잊어먹는다.
진귀한 상차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재료와 조리방식에 대한 신뢰감으로 편안하다.
전통이란 혹은 전통에 바탕을 둔 신뢰란 그런 것이다.
(전화번호 : 033-335-7232)


6. 속초 "속초회국수"

처음 회국수라 하길래 회덮밥처럼 국수 위에 회가 얹혀져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더니 국수따로 회무침따로 나오는 방식이었다.
가자미를 썰어 해초류와 배, 야채등을 초고추장과 함께 버무려 내놓는
회는
시큼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었다.
함께 나오는 멸치국물도 구수한 별미였다.

속초 지리에 익숙하지 않으면 좀 헤맬 각오를 하고 찾아가야 한다.
나처럼 공간지각력이 없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전화번호 : 033-635-2732)


7. 원주 "복추어탕"

원주고등학교 앞의 원주복추어탕집은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된장의 구수한 맛이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내게는 남원의 새집 매운탕이 더 좋았으나 이 집의 맛도 그에 맞설만 하다고들 한다.


이 추어탕집을 왜 찾아갔을까?...
봄이 오면 치악산 기슭의 소초면은 분홍빛 복사꽃으로 뒤덮여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아마 이 식당도 그 복사꽃을 보고 오는 길에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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