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천안 병천 "아우내옛날순대"
순대는 찹쌀과 들깨에 당면과 다진 야채, 선지 등을 마늘과 생강 등의
양념과 버무려 동그랗고 긴 돼지창자(소창) 속에 채워넣어 만든다.
어릴 적 동네에 잔치라도 있어 돼지를 잡는 날이면 순대를 만들곤 했다.
어머니를 비롯한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순대를 만드는 모습은
마치 김장이라도 담그는 듯 떠들썩하기 마련이어서
어린 내게는 그것이 또 다른 잔치처럼 보였다.
충청남도 천안시 병천면 병천리 아우내장터는 여러 순대집이 몰려있다. 아우네장터는
유관순열사의 만세운동으로 유명한 곳이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곳이 순대거리로
유명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처에 ‘병천순대’라는 상호를 단 식당이 많은 것으로
보아 전국구의 명성을 얻고 있는 듯 하다.
원래 목표로 삼았던 아우네순대(041-564-1242)는 문을 닫아 가지 못하고
그 맞은 편에 있는 아우내옛날순대(041-564-9090)에 가게 되었다.
순대 한 접시와 국밥 하나를 주문하였다. 부드러운 질감의 구수한
순대 맛이 어릴 적 기억 속의 맛과 같았다. 원래 순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돼지냄새가 없다며 합격점을 주었다.
(전화:041-564-9090)
7. 수덕사 앞 "중앙식당"
우리나라 이름난 절집이나 산의 입구에는 어디나
산채정식이나 산채비빔밥을 내는 식당이 흔하다.
그러나 맛이 다 거기서거기 인 것 같은 선입관이 있어
갈증을 달래기 위해 막걸리를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뜻 들어가기지지가 않는다.
수덕사 앞 중앙식당은 같은 메뉴지만 좀 차별성 있는 맛을 지닌
산채비빔밥을 내놓는다. 정식도 다른 곳에 견주어 뛰어나다.
아마 질 좋은 재료를 쓴 탓이리라. 된장찌개나 더덕구정식도 권할만 하다.
(전화번호: 041-337-6677)
8. 논산 “평매매운탕”
평매매운탕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논산시 가야곡면의
탑정저수지 옆에 있다. 이 외진 시골의 음식점이 널리 알려진 것을 보면
입소문이란 것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그 입소문을 탄 이 집의 매운탕 맛이
대단해 보인다.
이 집의 매운탕은 참게매운탕이다.
시래기를 넣어 진하게 끓여낸 참게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개운하고 시원하다.
특히 민물새우에서 우러나온 국물맛이 구수하다. 매운탕이 나오기 전 즉석에서
튀긴 민물새우튀김이 밑반찬과 함께 나오는데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개태사나 관촉사의 미륵불 등 논산의 고려시대 유적을 돌아볼 때 들러보길
권한다. 미로같은 마을 골목을 따라 힘들게 찾아간 수고가 아깝지만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전화번호 : 041-741-0926)
9. 장항 “할매온정집”
앞선 평매매운탕집과는 달리 할매온정집은 찾기 쉽다.
장항에 가서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쌍팔년도식 문자로 “할매온정집을 모르는 장항사람은 간첩”이다.
우리도 그렇게 찾아갔다. 지나가는 아주머니한테 물어서.
할매온정집의 메뉴는 좀 비논리적(?)이다.
1인분에 13,000원인 아구탕이 추가로 시킬 경우에는 17,000원이 된다.
아구찜은 대, 중, 소도 없이 아예 10만원이다.
남자 어른 다섯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구탕의 맛과 양은 그런 ‘비논리’를 감싸고도 남는다.
큼지막한 그릇에 싱싱한 미나리와 함께 가득 담겨 나오는 음식의 양은
더 이상 추가로 시킬 일이 없어 보였다. 서해안에서 잡힌 생아구만 쓴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익힌 아구살에서 통통 튀는 듯한 탄력이 느껴졌다.
(전화번호 : 041-956-4860)
9. 서산 “우정횟집의 박속밀국낙지탕”
서해바다는 썰물 때가 되면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은 온갖 생명체의 보고이자 바다를 끼고 사는 주민들의 생존의
근거지이다.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의 왕산포구는 “왕산낙지”의 본고장이다.
왕산낙지는 옛부터 진상품으로 오를만큼 씹히는 질감과 맛이 뛰어났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는 유난히 살이 희다가 익을수록 붉은색이 진하게 나타나며
오래 삶아도 질겨지지 않고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정식당은 그 왕산포구에 위치하여 낙지를 이용한 박속밀국낙지탕을
만들어낸다. 박속밀국낙지탕은 한여름 말복 이전에 따서 얼려놓았던
박의 속과 야채를 넣어 끓인 물에 산 낙지를 데쳐 먹는 서산지방의
전통음식을 말한다. 낙지를 먹고 난 후 그 물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
원래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주던 구황식(救荒食)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조리법에서 알 수 있듯이 박속밀국낙지탕은 별다른 양념이 들어간 것이 없다.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그저 덤덤하고 담백한 맛일 뿐이다.
누군가 충청도 음식을 두고 “경상도 음식처럼 매운 맛도 없고 전라도 음식처럼
감칠 맛도 없으며 서울음식처럼 눈으로 보는 재미도 없으나 담백하고 구수하며
소박한 맛”이라고 했다. 박속밀국낙지탕은 그 평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음식이다.
(전화번호 : 041-662-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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