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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10 - 전남(2)

by 장돌뱅이. 2012. 11. 10.

7. 곡성 "석곡식당"

이곳은 돼지고기 석쇠구이 하나로 쟁쟁한 음식점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남도 땅에서 음식의 명가로 선정된 곳이다. 직화로 구워 내는 만큼 돼지고기에는
불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달콤하면서도 개운한 양념이 골고루 스민 육질은
졸깃하고 구수하다. 휴게소에 들리는 셈 치면 될 정도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8. 고흥 "원조소문난 갈비탕"

전남 고흥군 동강면에 있다. 갈비탕에 들어가는 갈비의 질도 좋고 양 또한 푸짐하다.
7천원짜리 특갈비탕을 시키면 두툼한 살이 붙은 갈비가 두 대 반이나 들어 있어
갈비만 뜯어도 배가 부를 정도였고 육수는 칼칼하고 시원했다.
다만 서울에선 특별한 일이나 인연이 닿지 않으면 가볼 일이 없을 만큼
위치적으로 너무 멀리 있는 식당이다.
(전화: 061-833-2052)
 


9. 무안 "녹향가든"
 

무안 백련지(白蓮池)에 가는 길에 들려본 식당이다.
동네이름이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라 사창짚불구집이라고 흔히 부른다.
문자 그대로 돼지 삼겹살을 얇게 썰어 석쇠에 올려 짚불 위에서 구워내는 방식이다.
불과 고기의 두께를 적절하게 조절한 탓인지 석쇠 한판을 구워내는 시간은
1분 미만이었다. 그래도 고기는 알맞게 구워졌다. 특히 짚불이 타면서 만든
훈내가 고기 속에 은은히 스며들어 고기를 씹을 때 독특한 향기가 입안 가득히
느껴졌다. 무안의 유명한 양파로 만든 김치나 게장소스와 함께 쌈을 싸먹는
맛은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10. 강진 "설성식당"

남도의 어느 곳인들 인심이 후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강진의
넉넉한 인심은 ‘동에 순천 서에 강진이라’하여 예부터 이름이 높다.
거기에 강진은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남으로는 바다와 접하고 북으로 월출산에 닿아 있어 강진은 제 고장에서 나는
특산물만으로 ‘육해공’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름 하여 멋과 맛의
고장인 것이다.

사람들은 교자상 위에 가득히 차려져 나오는 한정식에서 강진의 인심과 맛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반드시 격식을 갖춘 한정식에서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흔히들 백반이라 말하는 간단한 상차림에 있어서도 강진의 그것은 남다르다.
남도의 감칠맛이 깊이 스민 반찬들이 거의 한정식에 비견할만한 가짓수로
한상 가득히 나오는 데도 가격은 도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청자골종가집이나 명동식당, 해태식당 등이 강진을 대표하는 한정식집이라면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에 있는 설성식당(061-433-1282)은 ‘대표백반집’이다.
설성식당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늘 북적여 자리를 잡고 상을 받기까지
한참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필자가 전화로 위치와 영업시간을 물었을 때
설성식당에서는 저녁 9시까지 문을 열지만 기다리는 손님이 많으니 8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솔직히 나는 처음에 이 말을 반신반의 했었다. 아무리 이름이 났다고
하더라도 강진읍에서도 제법 한참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외진 그곳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지 않았고,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일이십 분이면 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저녁시간에 맞추어 식당에 들어서서 상을 받기까지
50분 이상이 걸렸다. 예약을 받지 않는 이유는 식당의 거만함이
아니라 찾아온 손님에 대한 우선적 배려였던 것이다.   

소꼽친구인 두 여주인이 20여 년째 운영해온 이 식당은 김치를 포함한
모든 반찬을 그날 만든 것만을 내놓는다고 한다. 두부조림, 배추겉절이,
열무물김치, 조기조림, 쭈꾸미데침, 돼지고기양념구이, 바지락국, 멸치젓,
새우젓, 호박조림, 도라지무침 등 이십여 가지의 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4인까지는 한 상으로 쳐서 2만원이니 1인분에 오천원꼴이다.
맛과 멋이 있는 강진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득한 포만감에
행복해하다보면 슬며시 터무니없는 불평도 떠오르게 된다.
“왜 하루는 세 끼뿐인 것이야!”  


11. 담양 “신식당”

우리 가족이 담양에서 떡갈비를 처음 맛 본 것은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인
95년도의 일이다. 당시에 우리는 국내 여행을 떠날 때면 백파 홍성유의
“한국의 맛있는 집 999점” 이란 책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 속에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음식인 담양 신식당의 떡갈비를 알게 되었다. 

   갈비에 기름을 칼질을 해서 발라내고, 살을 뼈에서 떼어 내어 채치듯
   쳐서 다시 뼈에 얹어 굽는데, 구울 때에 양념장을 계속 발라서 굽는 것이다.
   갈비가 시골의 인절미를 붙여 놓은 것만큼 크고 맛도 일품이며, 입 안에서
   저절로 녹는 듯한 부드러운 맛이다. 질긴 갈비를 이처럼 연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과연 맛의 고장답다. ...<중략>...
   70여 년에 걸쳐 3대째 맛을 계승해 오고 있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  94년판 백파 홍성유의 별미여행 2권 245쪽 -

홍성유씨의 글과 그때 담양에서 먹은 신식당의 떡갈비의 맛 때문에
우리 가족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담양에 갈 때마다 신식당을 지나치지 못한다.
죽물박물관 아래쪽 골목의 처마 낮은 옛집에 있던 신식당은 근래에
커다란 콘크리트 빌딩으로 신축을 했지만 떡갈비의 맛은 여전하다.
담양의 떡갈비로는 덕인관도 유명하다고 하나 첫 인연에 발걸음이
자꾸 신식당으로 향하다보니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담양은 시원스런 대나무 밭 이외에 곳곳에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소쇄원 등의 정자와 원림이 흩어져있는 멋과 풍류의 고장이기도 하다.
거기에 떡갈비처럼 맛깔스런 남도의 먹거리가 지천이니 적어도 여행자에게는
복된 땅이 아닐 수 없다.
(전화번호 : 061-382-9901) 


12. 담양 “대나무통밥집”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지나칠 수 없는 음식이 바로 대나무를 소재로 만든
음식이다. 아내와 내가 맛을 본 것은 대나무통밥과 죽순회였다. 

대나무통밥은 작은 공기만한 대통에 찹쌀과 흑미, 대추, 검정콩 등 각종 잡곡을
넣어 쪄낸다. 대나무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밥맛은 유난히 구수했다. 먹고 난
후 대통은 기념으로 가져올 수 있다. 대통을 한번만 사용한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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