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은 늘 출장지에 도착해서도 돌아온 후에도 늘 시차적응이란 숙제를 남긴다.
무리 없는 시차적응을 위해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어느 곳에서나 약간 피곤하더라도
낮잠을 절대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귀국 후에는 낮 동안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아침에 귀국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아내와 남산을 걷기로
했다. 불과 일주일 남짓한 출장이었지만 그 사이에 봄은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싹을
틔우며 한결 완연해져 있었다.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오 눈부신 강철 새잎
- 박노해의 시, 「강철 새잎」-
남산 산책은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부터 시작했다.
지하철을 나와 장충단 공원에 들어서면 수표교와 만난다.
수표교는 원래 청계천 2가에 있었으나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이전 되었다고 한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왜 원위치 시키지 않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오른쪽으로 동국대학교를 바라보면서 장충단 공원의 끝으로 가면 계단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남산으로 향하게 된다. 계단 좌우로 노란 개나리가 눈부시다.
*위 사진 : 개나리 사이에 노란 산수유도 만개해 있었다.
남산의 중턱을 휘감는 순화도로를 따라 남쪽 방향으로 향한다. 도로 좌우에 개나리에
산비탈에 무리지어 피어난 진달래가 잘 어울려 보인다. 간간히 남산순환버스가 지나가지만
2005년 5월부터 차량통행을 제한한 덕분에 예전보다는 한가한 편이다. 공기도 따라서 더욱
청량해진 느낌이다. 남산순환도로에는 그 때문에 ‘보행자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고
한다.
순환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보면 서울 남서쪽의 모습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고 N서울타워도 거칠 것 없이 올려다 보인다.
차량은 물론 자전거의 통행도 제한하는 북쪽 순환도로는 더욱 완벽한 ‘보행자의 천국’이다.
시력장애자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위 사진 : 연인들의 봄
남산의 북쪽 기슭에 위치한 한옥마을은 서울 시내에 있던 한옥 다섯 채를 옮겨온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아 온기는 없지만 서울 시내에서 옛 살림집의 구조와 분위기를 느끼기에
이만한 곳도 흔치 않아 보인다. 아름다운 담장과 문창살, 널찍한 마당과 한가로운 장독대의
옛집을 서성이다보면 늘 마음도 따라 여유로워진다.
(200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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