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오후,
밤새 내리던 비가 지쳐 가는지 가늘게 한두 방울씩 뿌리는 날씨.
아내와 우산을 들고 양재천을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과천에서 가까운 4호선의 선바위역을 나와 천변으로 내려섰다.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했다.
저녁이나 되어야 갠다는 일기예보가 맞는 모양.
그 때문인지 양재천변의 둔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텅 비어있다.
사실 낮게 떠있는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어 나무들이 없이 드러난 양재천 길을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거기에 비에 씻겨 한결 더 깨끗해진 풀밭은 산뜻함을 더했다.
토끼풀 위에 얹힌 빗방울이 이슬처럼 맑아 보였다.
1시간 좀 넘게 걸으니 양재동 시민의 숲에 도착했다.
양재동 시민의 숲은 아내와 내가 울산에서 살 때인 1986년 완공되었다. 소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70여 종의 나무 10만여 그루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원래 잔디가 드넓게 깔린 공원은 사진 속에서만 아름다울 뿐‘잔디보호’라는 금지사항이
상징하는 것처럼 친숙해지기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양재동 시민의 숲은 크고 작은 높고 낮은 나무와 풀들이 어울린 숲으로
어디 건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특별히 방향을 정하지 않고 숲속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어느새 날이 개었는지 나뭇잎 사이로 연둣빛 햇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20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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