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영화 ‘디워’를 개봉 첫 회에 보았다. 영화를 만든 심형래와는 아내도 잘 아는
친구사이다보니 혹 좌석이 다 차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개봉 이틀 전 밤늦은 시각에 그가 전화를 했다. 아직 회사에 있다는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개봉을 앞둔 그의 긴장잠이 읽혀졌다. 그 무렵 불거진 ‘학력문제’도 더해진 것 같았다.
다행이 좌석은 만석이었다.
영화평은 이제는 디워에 대한 공식처럼 되어버린 “CG는 좋으나 스토리는 빈약”으로
압축할 수 밖에 없다.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문제가 있는 것은 있는 것이다.
디워의 CG가 용가리에 비해 일취월장했다고 해서, 미국시장에 나갈 ‘대표선수’라고 해서
스토리의 빈약과 엉성한 연기력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문제에 인터넷이 들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논의를 선과 악, 도움 아니면 깎아내리기, 네 편 아니면 내 편으로 가르는
이분법적 행태는 한심해 보인다. 그리고 한심하기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심형래가 자신의 영화는 CG에 주력했을 뿐 ‘로마의 휴일’이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 해도
공공의 장소에 나온 이상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뜻한 격려를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또 냉철하게 논리적인 비판을 할 사람은
해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논의와 충고만이 심형래의 영화를 좀 더 경쟁력 있고 완벽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친구로서 그가 고통 속에서 이루어낸 결실에 애정을 보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더욱 아쉽고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디워가 천만관객을 넘어 승승장구하길 빌어본다.
그래도 디워의 문제는 그대로 문제로 남는 것이지만.
(2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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