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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영화 "보더타운 BORDERTOWN"

by 장돌뱅이. 2013. 5. 30.


* 사진 출처 네이버


미국으로 오는 기내 상영 영화 중에 BORDERTOWN이란 제목의 영화를 보았다.

미국 텍사스주와 국경을 접한 멕시코의 씨우다드 후아레즈(CIUDAD JUAREZ)에서
실제 있었던- 수백 명에 이르는 멕시코여성들이 살해되고 실종된 사건을
극화한 영화라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과 국경을 접한 도시에는 “마킬라도라”라는
70년대 우리나라의 마산.창원에 있었던 수출자유지역 같은 공단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해외자본과 값 싼 멕시코의 노동력이 만난 것이다.
마킬라도라에서는 텔레비전은 3초당 1대,
컴퓨터는 7초당 1대가 생산된다고 한다.  

영화 속, 16세의 에바는 그런 마킬라도라 공장에서 일한다.
그녀의 일당은 5불.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에바는 버스운전사에게 인적 없는 곳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에
흉기로 찔리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처럼 행방불명 된 여성들이 몇 년 사이에 375명 (멕시코 정부 발표. 실제로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고 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 때문에
누군가로 부터 끊임없는 생명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
특히 지방 유지의 호사스런 파티장에서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사람을
목격한 이후로는 경찰도 인권단체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미국신문사의 여기자와 후아레즈 지역 신문사의 한 멕시코인이
그녀의 보호와 증언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미국 여기자의 취재기사를 신문에 싣지 않는 편집장의 말은 상징적이다.
신문사 사주와 정치인과 기업인은 에바같은 어두운 이야기 대신에 “
자유무역과 세계화와 오락”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주에 종속된 편집권은 우리나라 심문사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NAFTA 이후 멕시코는 물가안정과 무역수지개선이라는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지만 농촌과 중소기업의 몰락, 그리고 빈부격차의 심화라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갑부가 멕시코에 있고, 최고급 벤쯔의 최고 시장이 멕시코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의 탈출(불법 월경)을 시도하고 있다.  

헐벗고 가파른 산의 경사면을 따라 정상을 향해 다닥다닥 지어져 올라가는 ‘꼬방동네’와
주급 100 - 150불의 마킬라도라 공원평균 임금이 무역자유협정 13년의 의미를 묻는 것 같다.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집 주위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물도 나오지 않는 산 언덕에서 촛불을 켜야한다고 했던가.

“신으로부터 가장 먼 나라이며 미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나라”라는
멕시코에 대한 비유가 아프게 와 닿는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FTA도 국회의 비준동의만 남은 상태다.
우리는 틀려질까?
미국과 우리는 ‘혈맹’의 관계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영화 한 편에서 비롯된 상념은 후아레즈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 역시 동일한 개념의 “마킬라도라”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와 멕시칸들이 생활하는 시공간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배경과 구조가
깔려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의 삶을 위해 내가 속 시원히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진솔되게 나누며 지내야겠다.

내게 어떤 일이건 편하고 쉬운 것만 좇아 결정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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