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열리다
닫히다
열리다
닫히다
닷새를 진분홍 꽃잎 열고 닫은 후
초록 연잎 위에 아주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
선정에 든 와불 같다
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년이라고 할까
아내는 쉰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
적의(赤衣)의 화두마저 걷어버린
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
폐경이라니, 여보,
완경이야, 완경!
- 김선우의 시, 「완경(完經)」-
*원래의 시에는 “아내”와 “여보” 대신에 “엄마”로 되어 있다.
아내가 ‘폐경’을 맞았다.
더불어 몸의 변화가 많다.
순식간에 더위를 느끼다가 금방 춥다고 하기도 한다.
특히 밤이면 그런 변화가 더 심하다.
아내의 몸이 한 시기를 접고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리라.
바람 불어
구름 가고
비 내리고
봄이 되어
꽃이 피고
꽃 지고
낙엽 지고
눈 내리고
다시 바람 불고
다시......
아둔한 내가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당신은 몸
깊숙한 곳에서
언제나 간고한 “오체투지”로
“한 끼의 밥과 사랑”을 일궈내었으리니
“폐경이라니 여보!
완경이야, 완경!”
시인의 말을 빌려와
아내에게 전하며
작은 아내의 어께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
*김선우의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를 읽다.
(2008.3)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큰 꽃다발(곱단이의 글) (0) | 2013.06.05 |
---|---|
형님, 힘내세요(곱단이의 글) (0) | 2013.06.05 |
부활절주말 강행군 (0) | 2013.06.04 |
박남준 시집 『적막』 (0) | 2013.06.04 |
머리 염색(곱단이의 글) (0) | 2013.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