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딸아이의 생일이 지났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선물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같이 축하노래도 부르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저희들끼리의 잔치가 되어갔다.
집에서는 미역국과 간단한 음식을 하고
저녁에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점에 갔다가
돌아와서 식구들끼리 케익에 촛불을 붙이고
남편과 내가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집에서 하는 생일축하이다.
친구들끼리는 생일 일주 전 토요일에 모여
자기들끼리의 파티를 한다고 했다.
생일 아침 같이 식사를 하면서
'엄마 딸로 태어나주어 고마워' 하니
다소 겸연쩍은 듯하면서도 미소가 가득 번진다.
남편은 같이 자리를 못하는 것을
멋진 생일 축하카드로 대신했다.
나는 항상 남편이 쓴 문구 뒤에 "엄마가"라고 덧붙인다.
남편은 매년 기발한 카드로 우리를 웃게 만든다.
그런 자상한 아빠를 딸아이는 좋아한다.
올 생일저녁, 외출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손에는
싱그러운 노란색의 후리지아 한다발이 있었다.
누군가 생일축하라도 해준것이리라 생각하는 순간
그꽃다발을 내가슴에 내민다.
'엄마, 나 낳아줘서 고마워요.'
봄이면 나는 후리지아꽃을 산다.
화병에 꽃다발을 꽂아놓고
오며가며 향기를 맡는걸 좋아한다.
그래야 비로소 봄이 왔구나하고 느낄 수 있다.
딸아이의 꽃다발로 나는 그 어느해보다도
예쁘고 싱싱한 봄을 맞이한 기분이다.
꽃을 꽂으면서 하마터면 울 뻔하였다.
(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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