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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공항버스 안에서(곱단이의글)

by 장돌뱅이. 2013. 6. 8.


*97년인가 방콕의 옛 관문이었던 돈무앙공항에서


며칠전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섰다.
도심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이민가방1개, 트렁크가방 2개를 수화물로 부쳤는데도
남편은 컴퓨터가방, 카메라가방, 그리고 커다란 베낭을 메고있었다.
나도 커다란 보스턴백과 쇼핑백을 들고있어
누가보면 수화물을 안부친 상태인줄 알았으리라.

내앞에 서있는 아가씨에게로 눈이 갔다.
줄을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나란히 서있었다.
어깨에 달랑 핸드백을 하나 메고.
그냥 보면 전혀 외국에 나가는 사람같지않아보였다.
유리문이 열리고
내앞의 아가씨는 아버지와 살짝 고개인사를 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들어가고있었다.
나도 따라 들어가느라 아버지의 얼굴은 보지못했다.

우리가 탄 버스의 옆줄에 혼자 탄 아가씨는
전화를 받고있었다.
아마도 엄마인것 같았다.
역시 경쾌한 목소리.

나는 그녀에 대해 혼자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짐은 도심공항에서 부쳤을거야.
처음 나가는게 아닐거야.
공부하러가는가? 아니면 회사일? 등등.

그리고 나는 아까 보았던 아버지를 생각했다.
돌아가는 아버지도 경쾌할까?
아마도 딸의 여정을 걱정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돌아가고있으리라.
벌써 딸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버스계단을 내려가던 아가씨의 가벼운 발걸음이
한장의 사진컷처럼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녀가 외국의 어디를 가든지
항상 즐겁고 안전한 날들이 되길바라며
나도 그녀 뒤를 따라 내렸다.

(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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