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불구덩이 속에서
그의 욕된 살과 뼈들이
이승의 고단한 짐을 벗는 동안
우리는 둘러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를 실은 연기 한 줌과
우리가 피워 올린 담배 연기가
잠시 만나 허공에 흩어지는 동안
삶이란 저 연기 같은 거라고
이십여 년 인연의 올들을
한순간 툭 끊고 가는 바람 앞에
아니라고,
단단한 매듭 하나 묶는 일이라고
앞가슴 풀어헤쳐 맞서고 싶었다
칼바람 사이 내리꽂는
시리고 투명한 겨울볕처럼
한순간 더운 눈물 솟구쳐
저 헐벗은 나뭇가지들
새잎 돋게 하고 싶었다
-고증식의 시, "매듭을 묶다" -
살아보리라
까짓 거!
100년을 꼬박 살아도
기껏 3만6천 일.
당당하게 소리치며
굵은 매듭 하나 짓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장딴지에 힘주는 안간힘으로
버팅겨 지낼 수는 있으리라.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갈 길 서두르는
모진 가련함으로
눈물 많은 세상에
슬픈 사연 하나
더 할 필요가 무엇 있으랴
사람아...
최진실아...
(2008. 10)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낯설음(곱단이의 글) (0) | 2013.06.19 |
---|---|
성당 야유회 (0) | 2013.06.19 |
『고향길』 (0) | 2013.06.19 |
고국에서 온 친구의 메일 (0) | 2013.06.19 |
꽃밭(곱단이의 글) (0) | 2013.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