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나간다고 했을 때
한국의 친구 녀석들 중의 일부는
대뜸 '수녀님이 예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짓궂은 메일을 보냈다.
그들의 나의 종교적 성실함에 대한 평가절하는 맞다.
평소 별로 종교적으로 살아오지도 못했고
아내와 종교를 갖는 것에 대해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천주교여야 한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국생활이 아니었다면
어느 종교의 교회당이건 나가보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늦추어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수녀님에 대한 그들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
예쁜 수녀님 때문에 성당에 나가게 된 것은 아닐지라도
수녀님이 아름다우신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수녀님을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오는
마리아수녀(쥴리앤드류스 역)에 비하기도 했다.
정말 우리가 만난 샌디에고의 수녀님은 영화 속의 수녀처럼
언제나 씩씩하고 기운차 보이신다.
교리수업을 받기 전 소문으로는 강의에 늦는 학생들에게
대놓고 질책을 할 정도로 '한 성질'이 있는 수녀님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아내와 나는 학창 시절 학교 가는 것만큼 긴장을 하여
수업시간에 맞추고 한동안 '눈을 깔고'(?) 지냈다.
그런데 소문과는 달리 요즈음 지각한 학생들을 가벼운 눈인사로
맞아주시는 모습은 우리가 머릿 속으로 상상하던 인자한
수녀님의 상 그대로시다.
수녀님의 강의는 평이하고 아기자기 재미나면서도 진지하다.
'예수천당'과 '불신지옥' 하는 식의
이분법적인 무시무시함(?)에서 벗어나
믿음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도록 열려있다.
특히 아직 천주니 성령이니 성모니 하는 단어와
그런 종교적 단어가 주는 외경심을 마음 깊게 느끼지 못하는
'훈련병' 신자의 입장에서
종종 시작 기도와 마침 기도를 대신하여
낭송해주는 시는 우리를 아름답고 경건함에 젖게 한다.
2주전 교리반에서 야유회가 있었다.
원래 예정된 요세미티 여행때문에 빠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몇 가지 일정을 조정하고 서둘러 참석하였다.
여독이 풀리지 않아 피곤했을 아내도
발야구와 수건돌리기, 풍선 터뜨리기 등의
어릴 적 놀이에 땀을 흘리며 즐거워했다.
아직도 나의 믿음은 견고하지 못하다.
하지만 우선은 미국에서 사는 동안만이라도
아내와 함께 성경을 읽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볼 작정이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성당으로 가는 프리웨이에
차를 올려 눈부시게 쏟아지는 캘리포니아의
햇살 속을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보아야겠다.
(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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