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생일 하루전.
집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손에 들려진 꽃바구니.
누가 생일 축하꽃을 주었어?하는 물음에 딸아이는
"아니, 엄마꺼."
"에이, 장난하지말고 누가?"
"아니야 정말 엄마꺼라니까."
눈에 익은 꽃인 걸 보니 내가 그 꽃집의 꽃들을 좋아하는걸 알고 사왔나보다.
작년인가 꽃 한송이로 날 감격시키더니 이번엔 꽃다발?
한송이도 좋고 꽃다발도 좋다.
그런데 일은 다음날 터졌다.
아침에 출근하는 딸아이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전에
"아이구, 답답해. 엄마 진짜 답답해."하며 속이 터지는 시늉을 한다.
"뭐가?" 눈이 둥그레져 물으니
"꽃사진을 찍으면서 카드를 만지작거리길래 보는 줄 알았지.
언제나 볼라나하고 꽃다발도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어도 보았건만..."
딸아이의 볼멘소리를 듣고 얼른 들어와 꽃다발의 카드를 뒤집어보니
깨알같은 딸아이의 글씨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그게 화원의 광고카드인줄 알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엄마랑 나랑
만난지 24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24년전 오늘 아팠지만
지나고 보니 이렇게 이쁜 딸 낳아서
완전 좋지?
늘 고맙고 사랑해.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엄마 내엄마 해줘ㅋㅋ
낳아줘서, 길러줘서 감사해요. 사랑해.
꽃보다 훨씬 큰 사랑의 메시지도 못알아본 눈치없는 엄마.
글을 읽는동안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2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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