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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강아지똥과 권정생 선생님

by 장돌뱅이. 2013. 7. 10.

동화의 제목
혹은 주인공들의 이름이나 직업만 들어도
동화 속 권정생 선생님의 시선을 짐작할 수 있다.

강아지똥, 무명저고리의 엄마, 시궁창에 빠진 똘배,
집과 밭을 억울하게 잃은 금복이네, 앉은뱅이 탑이 아주머니,
할머니소, 과수원지기 필준이, 똬리골댁 할머니,패랭이꽃,
머슴살이 해룡이, 달래아가씨,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그린 나사렛아이,
해방과 한국 전쟁을 지나며 부모님을 잃고 장님이 된 점득이, 등등.

강아지똥처럼
흔하고 여리고 작아, 업신여김 당하고
멸시 받으며 때로는 더럽기까지 한 존재들.
그래도 강아지똥처럼
예쁜 민들레꽃을 피워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존재들의 이야기

누군가는 동화  "강아지똥"에서 성경의 한 구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요한복음서 12장 24-25절-  

그리고 텔레비젼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몽실언니" -
가난과 질곡의 시간이 주는 아픈 상처를 감싸안으며 견뎌내야했던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자 이웃들의 모습이고
또 다른 '강아지똥'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절뚝거리며 길을 걸을 때마다 몽실은 온몸이 기우뚱기우뚱했다.
   그렇게 위태로운 걸음으로 몽실은 여태까지 걸어온 것이다.
   불쌍한 동생들을 등에 업고 가파르고 메마른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온 몽실이었다.
                                                  -"몽실언니" 중에서 -

어린 시절 딸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들을 지어준
권정생 선생님은 안동 작은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을 병고와 가난과 함께 사시다가
2007년에 영면에 드셨다.

(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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