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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내가 물어보기 전에.. (곱단이의 글)

by 장돌뱅이. 2013. 7. 17.

내 이름을 부른다.

간호사 앞으로 가니 2번 방으로 들어가란다.

빈 방.

간호사가 들어와서 양말을 벗고 침대에 올라서 앉으라고.

내 발 엑스레이 사진을 컴퓨터에 나타나게 좌판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잠깐 기다리세요하고는 나가버린다.

잠시 후 의사가 흰가운 입은 다른 의사를 하나 대동하고 나타난다. 바로 옆 방에서.

큰 병원의 의사들은 보통 방을 2개 사용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건 환자를 위한게 아니라 빨리 많은 환자를 보기위한 배려(?)인 것 같다.

의사가 앉는데 보기에도 바빠보여서 내가 다 마음이 급하다.

내 발 한번 힐끗 보고, 컴퓨터 사진 힐끗 보고는 (힐끗은 내가 느낀 건지도 모른다.)

자기들끼리 영어로 증상을 얘기한다.

내가 발 바닦쪽도 걸으면 아프다니 또 영어로 주절주절.

그리고는 뼈가 벌어져서 아픈거다, 큰 신발을 신어라,

신발에 붙이는 것을 주겠다, 3주후에도 아프면 수술해야한다.

이게 내가 들은 말의 전부다.

내가 물었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가?

앞으로 더 증상이 심해질 수가 있는가?

한쪽이 그러면 다른 쪽도 나타날 수 있는가?

의사는 아주 간단히 대답하고 몸은 이미 바쁘게 다른 방을 향한다.

따라다니던 의사가 컴퓨터에 처방을 입력하는 사이 벌써 의사는 이 방에 없다.

방을 나오면서 궁금한게 또 있다.

처방전을 입력하는 의사에게 묻는다.

제가 홀몬약을 먹는데, 그리고 치과약도 먹는데 지금 처방하는 약과 함께 먹어도 되나요?

괜찮단다. 안심이다.

나와서 처방을 받으면서야 나는 내 병명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근데 내 병명은 뭐예요?

의사한테 물어보란다.

다시 방을 보니 아까 컴을 만지던 의사마저도 옮겨갔다.

빈 방인데요?

그럼, 수납하고 오시면 알아봐드릴게요.

수납하고 오니 간호사가 쪽지 하나를 준다.

그제서야 내가 앓고 있는 병몀을 알 수가 있었다.



의사를 만나고 나오면 꼭 궁금한 것을 안 물어본 것이 후회되곤했다.

그래서 나는  병원을 다니면서 버릇이 생겼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물론 안그러신 의사분들도 계시겠지만...)

병원 가기 전 날 수첩에 의사한테 물어볼 것을 메모한다.

의사가 나가려고 바빠하면 나도 바빠지면서 질문을 해댄다.



나는 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니 아예 모른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을 믿고 먹으니까.

보통 의사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약을 물어보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약은 안먹지만

병원 갈 때마다 아무런 질문도 없이 우선 당장 자기분과의 약만 용감하게 지어주는 의사들을 보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또 이 약을 지금 먹는 약들과 섞어 먹어도 내 위장에서 아무런 탈이 없을런지.

한번쯤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혹시 복용하는 다른 약이 있는지..

그리고 처방해주는 약과 같이 먹어도 괜찮다는 말도함께.

내가 물어보기 전에...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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