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미국의 명절인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이다.
그 뒷날은 대부분의 상점에서 큰 폭의 특별세일을 실시하는데
이 날을 BLACK FRIDAY 라고 부른다.
어떤 상점에서는 특정 상품의 한정된 숫자에 대해서 엄청난 폭의 세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노리는 사람들은 상점 앞에서 밤을 세워 미리 줄을 서기도 한다.
미국에 와서 산 지 3년째지만 특별히 살 게 많은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는 소문에
아내와 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물건을 사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다.
올해는 때마침 한국에서 출장을 온 직원이 선물을 사고 싶어해 구경도 할 겸
처음으로 블랙프라이데이의 아울렛 매장을 가보았다. 상점들은 추수감사절
낮 동안 문을 닫았다가 보통 한밤중부터 가게 문을 열며 세일에 들어간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상점들 앞에는 기획상품을 노리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긴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구매를 끝낸 듯 커다란 비닐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멕시코와 인접한 지역적 특성상 국경을 넘어온 멕시칸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내는 10불짜리 티셔츠를 서너 개 샀다. 물건을 고르는 일은 간단했지만
대금을 지불하는 줄은 엄청 길었다. 아내와 내가 다시 또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위해
집을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한국에는 없는 특이한 풍경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번잡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의 판매실적은
최근 5년래 가장 저조했다고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판매증가율이 0.3%에 그쳐
미국경제가 -2.5% 역성장했던 작년의 판매증가율(0.5%)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내년 경제 회복이 더디어진다는 불길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호경기였다고 해서 세상이 우리에게 대단한 대접을 해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내와 난 어두운 전망에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딱히 우리가 이런 거대한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버티기.
기다리기.
그러면서도 행복해지기.
살면서 터득한 아내와 나의 가난한 재주다.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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