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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미술관

by 장돌뱅이. 2013. 8. 4.

 

샌디에고 발보아공원에는 여러 박물관이 있다.
샌디에고미술관(SD MUSEUM OF ART)도 그중의 하나이다.
샌디에고 지역 내에서 가장 오래 되었고 큰 미술관이라고 하지만,
다른 대도시의 거대 박물관에 비하여서는 매우 작은 규모이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소장품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근현대 작품들과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작품들까지 있다.

아내와 나는 이런 정도 규모의 - 두어 시간 천천히 돌아보면 전시품을 다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미술관을 좋아한다. 반드시 명성이 높은 작품들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사는 동네 가까이에 있어 자주 찾아갈 수 있다면 산 넘고 물 건너 발품을 팔아야
겨우 한번 다가갈 수 있는 명품보다 더 진하게 가슴에 남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예술적 가치와 상관없이 아내와 내게 인상적이었던 그림 몇 장을 골라본다.
그림의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모두 이름도 낯선 작가들이다.
 

프랑스 작가 WILLIAM-ALDOLPHE BOUGUEREAU 가 그린
1885년의 작품, “소녀양치기(SHEPHERDESS)”이다.
원래 신지 않았는지 어디다 벗어놓았는지 모르지만
맨발에 비껴 선 채로 돌아보는 모습이 매우 도발적이다.
다부지고 건강해 보인다.
보고 신이 나면 그게 좋은 그림 아닌가?
박물관 직원이 전시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고 전해주었다.
아내와 나만의 느낌만이 아니라는 반증이겠다.
 

미국작가 HUGHIE LEE-SMITH가 1953년에 그린 그림. 제목은 SUNDAY AFTERNOON 이다.
한 사내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걸어갈 뿐 아무런 움직임도 눈에 뜨지 않는 거리다.
건물들은 낡고 후줄그레해 보인다. 부서져 방치된 건물 잔해도 보인다.
그래서 적막한 것도 같고 누군가 왁! 하고 소리라도 지르며 튀어나올 것도 같다.
평온함과 긴장감이 공존한다.
토요일 오후가 아닌 일요일 오후라 그런가?
 

ALFREDO RAMOS MARTINEZ 라는 멕시코 작가가 1941년에 그린, "THE SWEETHEART"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남자의 모자와 강렬한 색상의 옷을 입은 검은 얼굴의 여자,
그리고  배경으로 서 있는 팍팍한 산의 모습이 영락없이 멕시코다.

아직 남모르게 나누는 사랑인가 보다. 둘 사이에 담장이 있고 문은 닫혀 있다.
남자의 오른팔과 여자의 왼팔이 살짝 엇갈려 있다. 
원주민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이 애틋해 보인다.
저 짜릿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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