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청동 길 "더레스토랑"
우리나라 최대의 궁궐인 경복궁의 담장을 마주보며
각종 갤러리와 골동품점이 들어서면서 삼청동길은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어우러진 문화적 거리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언제부터인지 강남에 버금가는 고급식당과 세련된 바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북 속의 강남’이란 별칭도 거기서 나온 것이겠지만
강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통의 향기와 격조같은 것이 흐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더레스토랑은 그 대표적인 식당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행정상의 주소는 종로구 소격동이나 그보다는 삼청동길이라고 하는 편이 쉽게
위치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삼청동과 청와대길로 갈라지는 지점에 있는
국제화랑의 2, 3층에 있다.
더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흰색의 벽면과 통유리의 창문에 비친
풍경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이다.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옛 거리에 잘 어울린다.
아내와 함께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맛에 앞서 그릇과 음식의 모양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창밖에 가로수가 가을빛으로 물들면 다시 오자고 아내와 약속을 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 겨울, 창 밖으로 헐벗은 나목과 경복궁의 담장을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눈이 내리면 더 좋을까?
생각하다보니 퇴근 후 아내를 그곳에서 만나고 싶은 조급증이 생긴다.
*전화번호 : 02-735-8441
(2005)
2. 삼청동 길 "콩두"
“ALL ABOUT BEAN & TOFU”
어디선가 읽은 이 식당의 음식에 대한 요약.
“SOMETHING NEW & CURIOUS ABOUT BEAN & TOFU”
아내와 나의 이 식당에 대한 요약이다.
콩과 두부만으로 샐러드와 스테이크를 만들고 아이스크림까지 만든다니
정말 새롭고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콩과 두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니 비켜갈 수 없는 식당이다.
비록 그것이 전통조리법에 의한 음식이 아니라
동서양 방식을 섞은 퓨전푸드라 해도.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옆에 있다.
*전화번호 : 02-722-0272
(2005)
3. 광화문 교보빌딩 내 프랑스식당 "라브리(L’abri)"
*위 사진 : 라브리의 입구와 내부.
라브리(L’abri)는 광화문 교보빌딩 2층에 있는 프랑스음식점이다.
86년에 문을 열어 유명 레스토랑으로 널리 알려진 듯 하다. 식당 내부는 수수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직원들의 서비스도 차분하고 편안하다.
에피타이져가 특이하게 뷔페로 준비되어 있었으나
늦게 가는 바람에 뷔페 음식이 거의 동이나 주방에서 별도로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에피타이져에 앞서 나온 빵의 맛은 뛰어났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의
제대로 된 바게트였다. 그 뒤로 나오는 스프와 메인, 후식과 커피까지 식당 분위기만큼
깔끔했다.
식대의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특별한 날을 위해 기억해 두어도 좋을 식당이다.
*전화번호 : 02-739-8830
(2007)
4. 삼청동 길 "청수정(靑受亭)"
삼청동에서 삼청터널로 오르는 길, 총리공관 옆에 있는 청수정은 홍합밥
때문에 가게 된다. 평소 홍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집의 홍합밥만은
예외로 친다. 작은 공기 속에 담겨진 홍합밥을 한입 떠넣으면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상큼한 물김치와 된장찌개, 젓갈류와 굴비구이 등이 함께 나오는
홍합밥 정식은 경복궁과 경복궁 일대의 미술관을 찾는 날
아내와 나의 단골메뉴 중의 하나이다.
*전화번호 : 02-738-8288
(2004)
5. 부암동 "손만두집"
만두는 제갈공명의 지혜로 생겨난 음식이라고 한다.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천지사방이
어두워지면서 세찬 광풍이 불어 배를 띄울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수신(水神)이 노했으므로 풍속에 따라 사람의 머리 49개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공명은 산 사람을 죽여 제사를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반대를 했다. 그리고 묘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밀가루를 반죽해서 안에 고기를 채워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가지고 제사를 지내자 구름이 사라지고 바람도 멈추었다고 한다.
*최근에 이 고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글도 읽었다. 어느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2013)
만두(饅頭)는 원래 만두(灣頭)였다. 만인(蠻人)의 머리(頭)라는 뜻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만두가 들어왔다고 한다.
내력이야 어쨌든 만두는 아내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나는 같이 살다보니 덩달아 좋아진 경우이고.
세검정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손만두집은 일반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서 얼핏 보기에는 음식점처럼 보이지 않는다.
맛을 논하기에 앞서 이 집의 만두는 색깔이 예쁘다.
서양식 무인 비트를 갈아 즙으로 반죽한 분홍색, 당근으로 만드는 노란색,
시금치로 만드는 녹색 등 청, 홍. 황, 백의 네 가지 색이 있다.
색이 있는 만두와 조랭이떡을 넣어 끊인 떡만두국과 개성식 물만두인 편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개성지방에서 여름에 주로 먹는다는 편수는 찐만두의 일종으로
만두속으로 소고기, 오이, 표고버섯등을 사용하여 씹을 때 오이가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쾌하고 단백한 맛을 낸다.
*전화번호 :02-379-2468
(2004)
6. 세종문화회관 뒤 "깡장집"
‘깡장’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엔 없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깡장은 된장에 오징어 돼지고기등과 여러 양념을 넣고 밥
비벼먹기 좋을 정도의 묽기로 자작자작 끓여내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뒤쪽 로얄빌딩 지하에 있는 깡장집은 그런 ‘깡장’을 맛있게
만들어내는 집이다.
뚝배기에 담겨나오는 깡장과 밥을 야채와 함께 비벼 먹으면 된다.
종로2가에 있는 ‘된장예술(02-733-4516) ’이란 집도 같은 방식의 음식을
만들어내지만 아내와 나는 깡장집 깡장의 구수하고도 달짝지근한 맛을
더 좋아한다.
*전화번호 : 02-720-6152
(2004)
7. 세종문화회관 뒤 매드포갈릭(MAD FOR GARLIC)
회사일로 알게 된 한 독일인이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그는 한국음식에 쉽게 적응하였다.
불고기, 갈비, 삼계탕에서 시작하여 보쌈, 족발 등을 섭렵하더니
나중에는 회(일본식이 아닌 한국식)에 심지어는 보신탕까지 시도를 하였다.
그가 특히 좋아하던 것 중의 하나가 야채에 싸먹는 회였는데
문제는 마늘이었다. 그로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생)마늘이
독일에 있는 그의 부인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귀국하여 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에게 키스를 하자
아내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의 입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의 정체를 추궁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생마늘을 한번만 더 먹고 돌아오면
이혼까지 불사하겠다는 협박성 멘트를 던졌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마늘을 싫어하는가보다.
오죽했으면 드라큐라조차도 마늘을 싫어하는 것으로 그렸겠는가.
그러나 "MAD FOR GARLIC"은 마늘을 주제로 한 이탈리아 식당이다.
물론 생마늘은 아니지만 모든 음식에 마늘이 들어간다.
서양식음식이되 개운한 맛을 원한다면 "MAD FOR GARLIC"이 제격이겠다.
갈 때마다 종업원들의 추천을 받아 음식을 고른 탓에
이름을 외우지 못하고 사진만 남았지만 위 독일인 친구의 아내처럼 마늘로
인한 고통을 받아본 적은 없다.
고통이라니!
곁들이는 와인과 함께 늘 입안의 즐거움만 가득했던 기억만 있는 곳이다.
압구정점과 여의도점에 이어 최근에 광화문점도 열었다.
위 사진은 모두 광화문점에서 찍은 것이다.
*전화번호: 압구정-5468117, 여의도-7835296, 광화문-7224580
(2005)
8.종로타워 "탑클라우드(TOP CLOUD)"
7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아내와 내게 종각역 주변은 대입 준비 학원의
밀집 지역으로 기억된다. 대일학원, 제일학원, YMCA학원 등등.
지금도 아내와 종로의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학과를 마치고 단과반 수강을
위해 종종 걸음을 치던 우리의 고등학생 시절을 이야기하곤 한다.
학원 맞은편으론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과 양우당 등의 (당시로서는)대형서점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보신각 사거리 모퉁이에는 일제 강점기에 어느 친일파
거부가 지었다는 화신백화점 건물이 낡고 빛바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탑클라우드는 90년대 말 그 백화점 건물을 헐고 지어진 종로타워의 맨 꼭대기에
있는 바와 식당의 이름이다. 지상 130여미터의 높이에 위치한 이름대로
구름 위에까지 치솟은 듯한 건물이다.
어느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지만 아직 70년대의 기본틀이 많이
남아 있는 종로 거리에서 상대적인 높이와 도드라진 은빛이 생경해보여
이전의 낡은 백화점만큼이나 내겐 그다지 가보고 싶지 않은 건물이었다.
*위 사진 : 탑클라우드에서 유리창을 통해본 야경.
어느 날인가 아내와 광화문엘 나갔다가 그 꼭대기의 탑클라우드에 올라
보았다. 라이브 음악과 함께 야경을 내려다보며 아내와 함께 마시는 맥주와
칵테일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바(BAR)도 바지만 화장실의 구조와
거기서 보는 서울의 야경조차도 인상적이었다.
식사보다는 가벼운 음료 한 잔이 더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한다.
*위 사진 : 탑클라우드의 화장실.
*전화번호 : BAR 02-2230-3002 / GRILL 02-2230 -3000
(2005)
'여행과 사진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먹고 잘 살자 20 - 서울 기타 음식점 (0) | 2013.08.09 |
---|---|
잘 먹고 잘 살자 19 - 서울 청담동 퓨전 음식 외 (0) | 2013.08.09 |
잘 먹고 잘 살자 18 - 남대문 시장 "갈치골목" (0) | 2013.08.08 |
잘 먹고 잘 살자 17 - 서울의 곱창집 (0) | 2013.08.08 |
잘 먹고 잘 살자 16 - 서울의 김치찌개집 (0) | 2013.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