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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 27 - 칼국수집 2곳

by 장돌뱅이. 2013. 8. 14.

1.찬양집
 

종로구 낙원동을 지날 때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생각할 때가 있다.
소설 속 김불이씨 가족이 낙원구 행복동이란
비슷한 이름의  동네에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낙원이며 행복...
만지거나 느껴보기가 쉽지 않지만 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그 이름을 부적처럼 붙여놓고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낙원상가 근처에 칼국수로 이름난 찬양집이 있다.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직진을 하다보면 길 건너로 요즈음도 저런 가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은 
6-70년대 외모의 작은 희망상회가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주변의 상가의 모습이 모두 그와 비슷하여
지난 추억의 한 끄트머리라도 잡은 양 애잔하면서도 푸근해진다. 

 

 

찬양집은 희망상회 옆골목 안쪽에 있다. 
40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이 칼국수집도 주위와 닮아있다. 
변한 것은 200원 하던 국수가 4500원이  된 것 밖에는 없어보인다.
내부에는 탁자 몇개가 있고 메뉴는 없다. 칼국수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으면 큼지막한 그릇에 칼국수가 가득 담겨 나온다. 
양이 모자라면 사리를 '무한리필'해 준다는데 특별한 대식가가 아니면 기억해둘 필요가 없겠다.
바지락과 홍합의 국물맛이 시원하다.
국수발을 삼키며 문득 낙원(상가), 희망(상회), 찬양(집)이
- 행복을 상상하고 느끼게 하는 단어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전화 : 02-743-1384)

2. 우리밀 국시
 

 

어린 시절 받은 교육에서는 우리 고유의 전통이나 재래종이란 모두 고치거나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볼품 없고 먹을 것 없이 작은 토종 돼지는 
영국산 요크셔나 바크셔 종으로, 뒤틀리고 꼬부라져 재목으로 가치가 없는 
재래종 소나무는  쭉쭉 뻗고 빨리 자라는 미국산 리기다소나무로, 
허례허식에 치우친 관혼상제도 '합리적인' 서양식으로,
김치와 젓갈처럼 소금기가 많고 탄수화물로 배만 불리는 식단은
우유와 버터와 빵의 '건강식'으로 등등.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런 열등감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적 각성이 만들어낸 자부심일 것이다.
쌀, 콩, 한우, 똥돼지, 나물, 김치, 젓갈 등등 한때 우리가 무시했던 것들의 부활이 눈부시다.

성북동 서울과학고 근처에 "우리밀국시" 집이 있다.  
비록 이제는 너무 흔해졌어도 우리밀이란 단어가 주는 신뢰가 든든하다.
은근하고 구수한 사골국물에 칼국수를 끓여낸다. 국수는 식당 안에서 직접 썰어낸다.
(전화  : 02-735-3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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