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푸근한 것은 우선 늦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이면 가능한 늦게까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며
그 여유를 가능한 길게 느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토요일
아침이나 일요일 아침에 평소와 다름없이 눈이 떠지는 일이 잦다.
더 자고 싶은데도 눈이 떠지면 괜스레 아쉽고 억울해진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새벽에 일어난 어른들은 마당에 신문 떨어지는 소리를
지루하게 기다렸다고 했다. 누군가 그랬다. 어른들이 아침잠이 없는 것은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노심초사에 잠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나도 어느 덧 그런 나이가 된 것 일까?
그래도 주말엔 잠이 깨어도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해찰을 부리며 한껏 게으름을 떨
수 있어 좋다. 아내와 주말 아침의 여유를 샌디에고의 해변으로 연장해보기로 했다.
잠 자리 속 나태함이 포화 상태에 이른 연후에야 일어나 가까운 해변으로 가는 것이다.
시간이 이르면 먼저 해변을 걷고 난 뒤에 해변의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시간이 늦으면
아침을 먹고 나서 걷는다. 대개 아침이라기보다는 아점(브런치)이 되기 십상이지만.
해변은 걷는 일은 바다를 보는 일이다.
넓고 큰 바다 -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시내를 다 ‘바다’(받아)들여서 바다라고 부른다던가?
끝없이 들끓는 잔물결을 다스리면서 저 먼 곳에 바다가 그어놓은 일필휘지의 수평선이
엄정하면서도 넉넉해 보여 좋다. 일상의 관성이나 혹은 삶의 자질구레한 노심초사에
새벽잠을 지불해버린 아침이라도 아내와 함께 바라보는 바다에는 편안한 위로와
무언가 가슴을 채우는 충만함이 있다.
임페리얼비치(IMPERIAL BEACH)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 서부 해안의 최남단 해변이다.
여름이면 모래성 쌓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다. 출발이 좀 늦은 터라 걷기 전 해변의
KATY'S CAFE에서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카페의 벽은 온통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들로 가득했다.
수수하달 수도 있고 조잡하달 수도 있는 장식. 해변을 낀 대부분의 식당들이 그렇다.
그래도 그런 것들을 모아놓은 분위기가 싫지는 않다.
식사를 마치고 바다 쪽으로 나서자 바람이 제법 거셌다.
파도도 덩달아 하얀 거품을 문 채 거칠게 해변으로 밀려들었다.
태평양을 낀 여느 해변과 같이 늘 서핑과 수영, 조깅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마련인데, 날씨 탓인지 이 날은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SUN’(SAN) DIEGO답게 햇살만큼은 변함없이 가득했다.
긴 해변의 끝과 끝, 왕복하는데 한 시간 반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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