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살 나이를 먹었다.
동갑인 아내는 이제 몇 달 후면 우리가 처녀총각으로
산 시간과 부부가 되어 산 시간이 같아진다고 웃었다.
가끔씩 푸슬해진 피부와 목의 주름을 보며 ‘벌써?’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나가버린 시간이 크게 아쉽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의 강물 속에 침전된
우리만의 특별한 기억들 때문이다. 이제까지 걸어온 걸음보다
크게 뛰려는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자주 아내와 다짐하곤 한다.
생일 저녁 아내와 샌디에고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을 걸었다.
미션베이 MISSION BAY 의 잔디가 깔린 해변길이다.
언제 걸어도 평화로운 곳이다.
해변에 접해 있는 힐튼호텔의 식당에서 아내는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브런치가 아닌 저녁식사였다. 바깥 좌석을 잡았는데도 해가 지도록 푸근한 날씨였다.
샌디에고의 날씨에 새삼스레 봄을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아내와 나누는 한가로운 잡담과 함께 봄날의 하루가 나른하게 저물었다.
늦은 햇살에 강과 산 곱고 (遲日江山麗)
봄바람에 꽃과 풀 향기롭다 (春風花草香)
진흙은 녹아 제비 날고 (泥融飛燕子)
따사한 모래밭에 원앙이 잠들었다 (沙暖睡鴛鴦)
- 두보(杜甫)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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